일본 자민당,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재추진...이번엔 결실?

입력
2023.02.07 22: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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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당파 합의에도 자민당 강경파 반대
총리 비서관 차별 발언 후폭풍에 재추진
야당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일본 정치권이 LGBT 이해증진법안을 다시 추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치권이 LGBT 이해증진법안을 다시 추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집권 자민당이 차별금지법인 '성소수자(LGBT) 이해증진법'의 입법을 다시 추진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비서관이 "동성 결혼은 보기도 싫다"는 혐오발언으로 경질된 후에도 파장이 가라앉지 않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7일 NHK방송,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전날 “LGBT 이해증진법안의 국회 제출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려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성적 지향 및 성 동일성에 관한 국민의 이해 증진에 관한 법률’이 정식 이름인 법안의 취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넓혀 차별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자민당을 포함한 초당파 의원연맹에서 입법 추진을 합의했으나 자민당 보수 강경파가 “전통적 가족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반대해 법안 제출부터 불발됐다.

총리 비서관 막말 이후 긴급 수습책


모테기 간사장이 서랍 속 법안을 다시 꺼내려 하는 것은 아라이 마사요시 전 총리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여권에 악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라이는 이달 3일 기자들과 만나 “(동성 부부가) 가까이 사는 것도 싫다. (동성혼을) 합법화하면 국가를 버리는 사람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해임됐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국회에서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

올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은 '후진적 인권 인식'이 도마에 오르는 것을 막자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해증진법 제정으로 정부의 노력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G7 국가 중 일본만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해 4일 해임당한 아라이 마사요시 총리 비서관이 지난해 4월 13일 관저에 들어오는 모습. 도쿄=EPA 지지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해 4일 해임당한 아라이 마사요시 총리 비서관이 지난해 4월 13일 관저에 들어오는 모습. 도쿄=EPA 지지 연합뉴스


연립여당·야당 "G7 정상회의 전까지 국회 통과를"

자민당의 태도 변화에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반색하며 "G7 정상회의 전까지 국회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야당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도 “아라이의 발언 자체가 (일본 사회의) LGBT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해증진법안의 이번 국회 통과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은 성평등 면에서 후진국이지만, 여론은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쪽에 기울어 있다. 성소수자 이해증진법에 대한 여론조사에선 찬성 답변이 압도적이고, 동성혼 합법화에도 60%가 공감한다. 다만 자민당 강경파는 부정적이다. 니시다 쇼지 자민당 정조회장 대리는 LGBT 이해증진법에 대해 “자민당에서 논의했다 채택되지 않았던 적이 있는데, 또 같은 시도를 하면 당내 분열만 일으킬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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