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 원천 금지' 가능해진다

입력
2023.02.07 15: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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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로' 등 집회 제한 도로 추가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 경찰위 의결
기본권 침해… 집회·시위 위축 우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 삼각지역 일대에 설치된 질서유지선.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 삼각지역 일대에 설치된 질서유지선.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일대 교통량이 많아지면 경찰이 집회ㆍ시위를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게 됐다. 단서가 달렸지만 집회 위축 우려가 없지 않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 심의ㆍ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집시법 12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할 경우 집회ㆍ시위를 금지하거나 조건을 달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엔 주요 도로에 이태원로 등 11개 도로를 추가하고, 교통이 원활해진 기존 도로 12개는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윤석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을 오가는 이태원로 일대 집회ㆍ시위가 사실상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태원로는 지하철 삼각지역ㆍ녹사평역ㆍ이태원역ㆍ한강진역을 잇는 길이 3.1㎞ 도로로 주말과 출ㆍ퇴근 시간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얼마 전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허용하라는 취지의 법원 판단과는 별개다. 앞서 경찰은 집시법 11조를 근거로 대통령실 인근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해왔는데, 법원은 지난달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경찰이 항소한 상황이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으로 집회ㆍ시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이 때문에 경찰위도 지난해 11월 “국민의 집회ㆍ시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수정해 올리라는 ‘재상정’을 의결했다. 경찰청이 3년 일몰(재검토) 규정을 신설하고, 분기별로 집회ㆍ시위 제한ㆍ금지 현황 및 사유 등을 경찰위에 보고한다는 단서를 추가한 끝에 이번에 통과된 것이다.

의결은 됐지만 경찰위 일부 위원들은 여전히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한 위원은 “경찰이 처음에 올린 개정안 내용과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위 회의록에도 반대 위원들의 의견이 적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 주최 측에 한 개 차선만 이용하라고 제한한 뒤에도 불복하면 금지를 할 수도 있다”며 “전면 금지는 거의 없을 것”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주거 지역이나 학교ㆍ종합병원ㆍ공공도서관 인근 집회ㆍ시위의 소음 단속 기준도 강화했다. 현행 집시법 시행령은 해당 지역에서 열린 집회ㆍ시위가 1시간 동안 3번 이상 최고 소음기준을 넘거나, 10분 동안 측정한 소음이 평균 소음기준을 넘기면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개정안은 최고 소음기준 위반 횟수를 1시간 동안 2번 이상으로, 평균 소음 측정 시간도 5분으로 각각 줄였다.

소음 단속이 가장 엄격한 주거지역 인근 최고 소음기준은 주간 85데시벨(㏈), 야간 80㏈, 심야(0∼7시) 75㏈이다. 평균 소음기준은 주간 65㏈, 야간 60㏈, 심야 55㏈이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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