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전쟁서 연패한 당정... 반도체 투자 감세도 불투명

입력
2023.02.07 18:00
수정
2023.02.07 21:3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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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기술 공제율 상향, 논의 시작
대기업 감세 두고 여야 대치 전망
경기 하강에 국회 협상 속도 낼 수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 투자에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세법 개정 논의가 2월 임시국회에서 첫발을 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세금 감면에 부정적이라, 지난해 법인세·종합부동산세 개정 때처럼 정부 원안이 다시 후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달 중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세액공제율(투자공제율)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심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백신 등 4개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취급하는 기업이 기계 구입 또는 공장을 신·증설할 경우 투자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 8%→15%, 중소기업 16%→25%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올해 한시적으로 신규 투자액에 대해선 10% 추가 공제도 추진한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1월부터 투자한 금액은 세금이 깎인다. 대기업 중에선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이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정부가 투자공제율을 크게 상향하려는 이유는, 실적 악화를 겪는 반도체 등 한국 경제 효자 품목을 되살려야 경기도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반도체 대표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7,012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10년 만의 적자였다. 삼성전자 역시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반도세 부진 등을 반영해 올해 설비투자가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하지만 조특법 개정안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중소기업 간 투자공제율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쪽에선 앞서 투자공제율을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로 고쳐야 한다는 조특법 개정안(김한정 의원안)을 내놓은 바 있다. 대기업에 대해선 정부 원안과 이견이 큰 법안이다.

정부·여당이 다른 세법 전쟁에서 거대 야당에 번번이 밀렸던 전례도 원안 유지 가능성을 낮춘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를 추진했으나 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 역시 정부 원안을 사수하지 못했다.

투자공제율에 대한 정부의 변심도 변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6%였던 대기업 투자공제율을 여당, 야당이 각각 20%, 10% 올리자고 할 때 8%를 제시하면서 맞섰다. 세수 감소를 우려한 처사였지만, 이번 조특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정부 입지를 좁히는 자충수로 되돌아오고 있다.

다만 민주당도 중견기업·중소기업 투자공제율 상향엔 긍정적이라, 지난해 법인세·종부세 감면 때와 달리 여야 논의가 순조로울 가능성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경기 회복을 위한 국가전략기술 세제 지원 확대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대기업까지 공제율을 대폭 높이는 건 세수 감소 등 여야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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