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환 징역 40년... 법원 "인간 존엄과 가치 무참히 짓밟아"

입력
2023.02.07 16:20
수정
2023.02.07 16: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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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범행 매우 중대하고 잔혹" 지적했지만
"만 31세로 개선 가능성 있어" 징역 40년 선고
유족 측 선고 뒤 "애도해준 시민분들께 감사"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해 9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해 9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환(32)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박정길 박정제 박사랑)는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에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5년 부착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아 수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분노를 줬다"며 "범행의 중대성과 잔혹성에 비춰 죄책이 매우 무겁고 엄정한 형으로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교화 가능성에 사형 아닌 징역형

전주환은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역무원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를 스토킹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뒤 징역 9년을 구형받자, 선고 전날 앙심을 품고 저지른 범행이었다.

A씨의 신고로 직위 해제됐던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의 허점을 이용해 피해자의 집 주소와 근무 일정을 알아냈다. 그는 살해 목적으로 피해자의 옛 주소지를 네 차례나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자, 피해자 근무지인 신당역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재판 과정에서 "주소지를 찾아간 것은 합의 시도 목적으로 살해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평소 사용하지 않던 1회용 교통카드를 발매하고 휴대폰에 위치추적방해시스템 등을 설치한 점을 종합하면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주환에게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아니라 징역 40년이 선고되자 방청객들 사이에선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죄 정도에 상응하진 못하나 후회와 자책을 보이고 있다"며 "만 31세 나이로 수형생활을 통해 잘못을 진정으로 깨닫고 성격적 문제를 개선해나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전주환은 향후 타인에게 불만을 느끼는 사건이 생기면 살인 같은 극단적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커 교화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유족 측 "시민들께 감사... 시간 되돌릴 방법 없어"

유족은 선고 직후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민고은 변호사는 "아직 형사소송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함께 슬퍼해주신 많은 시민들께 감사함을 표현하고자 한다"며 "사건 당일 피해자 구조를 위해 노력하고 피고인을 제압한 시민이 계셨다. 그 용기에 감사함을 표한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이어 "사건 발생 이후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는 시민들이 마련한 추모공간이 생겨났고 수많은 포스트잇과 꽃으로 채워졌다"며 "따뜻한 마음이 참 많은 위로가 됐다"고 덧붙였다. 전주환에게 내려진 형량에 대해선 "시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모든 재판이 끝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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