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11년 만에 최저... 원자재 가격 쇼크

입력
2023.02.08 17: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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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증가율이 수출 크게 웃돈 탓
12월,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상품수지 26년 만 3개월 연속 적자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2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26억8,000만 달러(약 3조3,800억 원)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모습. 뉴스1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2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26억8,000만 달러(약 3조3,800억 원)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모습. 뉴스1

지난해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며 수입증가율이 수출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은 2022년 경상수지가 298억3,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고 잠정치를 발표했다. 한은 전망치인 250억 달러는 웃돌았으나, 전년도(852억3,000만 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한 2011년(166억4,000만 달러 흑자) 이후 최저치다.

상품수지 흑자가 606억7,000만 달러 축소된 여파가 컸다. 수입은 전년 대비 17.7%(+1,016억6,000만 달러) 증가했지만, 수출증가율은 6.3%(+409억9,000만 달러)에 그친 결과다. 다만 수출과 수입 증가액은 각각 역대 1위였다. 수출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 승용차 등 주요 품목이 성장을 떠받쳤다. 수입은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서비스수지(-55억5,000만 달러)는 적자폭이 확대됐다. 상반기 중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수출화물운임 덕에 운송수지가 역대 최대폭 불어났으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여행수지 적자가 9억 달러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선전한 건 임금·이자·배당 등의 흐름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였다.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흑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전년 대비 34억4,000만 달러 늘었다.

배당소득은 지난해 12월 경상수지(26억8,000만 달러)도 끌어올렸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입이 17억 달러 증가하면서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12월 상품수지는 1996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 3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액이 2년 만에 처음 줄었으나, 반도체, 철강 등 주요 품목의 부진으로 수출 감소액이 더 컸다. 하반기 들어 수출화물운임이 하락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전월의 2배 가까이 늘었다.

한은 "경상수지 축소, 수출강국 공통 현상"

김영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부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2년 12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김영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부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2년 12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그러나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환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 성장세 둔화, 정보통신(IT) 경기 둔화 등 어려운 경기 대비 지난해 경상수지가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상품수출이 역대 최대폭 증가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또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는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수출강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향후 전망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에너지 수입 흐름, 주요국 경기, IT 업황 등에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부국장은 경제·지정학적 분절화를 고려해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려면 수출 지역 및 품목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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