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그 꽃 나 줘요" 中 밸런타인데이 기적의 시작

"아저씨, 그 꽃 나 줘요"...중국 '밸런타인데이의 기적'이 시작된 한마디

입력
2023.02.19 14: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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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거절당한 남성에게 친절 베푼 여성
네티즌 수사대 덕에 다시 만난 두 사람
2년 만의 밸런타인데이에 결혼 골인

2021년 밸런타인데이 당시 우연히 만난 중국의 남녀 저우(왼쪽)와 멍이 2년 만의 밸런타인데이에 혼인신고를 올린 소식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오른쪽 사진은 2년 전 멍이 자신이 좋아했던 여성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뒤 꽃을 들고 밤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 화면 캡처

밸런타인데이에 고백했다가 차인 남자, 망연자실해 있는 이 남자의 꽃을 대신 받아준 여자. 그리고 두 사람을 이어준 네티즌 수사대. 중국에서 밸런타인데이에 우연히 처음 만난 사람들이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 사연이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개했다.

2021년 2월 14일. 중국 중부 허난성의 한 남성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장미 꽃다발과 반지를 준비했다. 짝사랑하던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했다.

낙담한 남성은 꽃다발을 들고 터덜터덜 밤거리를 걸었다. 그와 마주친 여성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어이 미남 아저씨, (사랑을 고백하려던) 여자가 꽃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나에게 줘도 돼요." 남성은 여성에게 장미는 물론이고 반지까지 건넨 뒤 돌아섰다.

여성의 이름은 저우. 남성의 순박한 인상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연민 때문이었을까. 저우는 얼마 뒤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에서 그날 밤의 일을 소개하며 꽃을 준 남성을 찾고 싶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확신이 들었는지, 며칠 뒤 다시 동영상을 올려 자신의 마음을 공표했다. "당신에게 장미와 반지까지 받았지만 당신의 이름조차 모른다. 당신 미혼인가? 나도 미혼이다. 우리 조금 더 용감해지자. 나는 이제부터 온라인 공간을 전부 뒤져서라도 당신을 찾겠다."

이 동영상은 도우인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네티즌들은 저우가 제공한 몇몇 가지 단서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허난성의 작은 마을에서 물고기와 고구마 장사를 하고 있는 멍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을 찾아냈다. 이렇게 만난 남성과 여성은 사랑에 빠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애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은 혼인 신고를 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저우는 올해 밸런타인데이에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혼인 신고를 했다. 결혼식 날짜도 곧 잡아보려 한다"고 발표했다. 밸런타인데이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연히 만나 인연을 시작한 지 꼭 2년 만이었다. 저우는 "외로워 보였던 남자에게 무심코 한마디를 던진 것이 나와 그의 삶을 바꿀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감격해했다.

저우가 2년 전 올렸던 동영상에는 3만8,000개의 축하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저우에게 "이제 당신이 당신 남편을 ‘길바닥’에서 데려왔다는 것을 중국인 모두가 안다. 사랑이 완성됐으니 삶도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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