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합해 봐야 66차례... 尹, 거부권 행사 고민

입력
2023.02.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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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기간 MB 1회, 朴 2회, 文 0회 그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파업 노동자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이른바 '민생 법안'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국정 철학과 반대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최후의 수단인 '대통령 거부권'을 취임 후 처음으로 행사할지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소야대' 노태우 7차례 거부권 행사… 노무현도 6차례

대통령 '거부권(재의 요구권)'은 헌법상 권한이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에 이송된 법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한 차례 국회에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본회의에 다시 상정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법률로 확정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은 총 6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를 제외하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활용됐다.

현행 대통령제 하에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여소야대였던 13대 국회에서 7개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거부권 행사가 자취를 감췄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소야대였던 16·17대 국회에서 6차례 거부권을 사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말 포퓰리즘 논란이 컸던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택시법 1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등 2건을 거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 차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셈이다.

'여소야대' 尹도 거부권 행사 가능성 높아… 내용·절차 고심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 노란봉투법 직회부를 예고했고, 이외 각종 쟁점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양곡관리법·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은 민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앞세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직회부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헌법 가치와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통과 여부가 여야 쟁점으로 떠오르자, 야당이 지지층을 결집하고 범야권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각종 쟁점 법안 처리에 나섰다는 게 대통령실과 여권의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괄 거부권' 행사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개별 법안의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의 위헌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일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생 법안을 놓고 민주당과 대립하는 모습이 부담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을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 취지에 공감한 바 있다. 반면 남은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이나 노란봉투법은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 판단이다.

'최후의 카드'인 대통령 거부권을 실제 행사하면 야당과의 대립을 한층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보다 법적 용어인 재의 요구로 표현해야 하지 않느냐"며 "국회 상황을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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