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마라도 고양이 결국 반출... 반쪽짜리 협의체로 일방통행

문화재청, 마라도 고양이 결국 반출... 반쪽짜리 협의체로 일방통행

입력
2023.02.19 16:00
수정
2023.02.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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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17일 협의체 회의 열었지만
참석자 대부분 정부쪽... 반대 의견 묵살
보호시설 요구한 주민들 의견도 무시


문화재청이 긴급치료를 한다며 포획한 마라도 내 고양이 4마리 중 1마리. 제주대 수의대 동물병원 뜬장에서 보호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이 긴급치료를 한다며 포획한 마라도 내 고양이 4마리 중 1마리. 제주대 수의대 동물병원 뜬장에서 보호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마라도 내 고양이를 일괄 반출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됐던 협의체 내부와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협의체 참가자들과 주민들은 반출을 합의한 협의체 참가자 대부분이 정부 쪽 인사로 구성됐고, 고양이 보호방안을 먼저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17일 "'천연보호구역 생물 피해저감 대처방안 마련' 협의체 2차 회의 결과 뿔쇠오리들이 마라도에 이미 도래하기 시작해 마라도 내 길고양이를 일괄 반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출된 고양이들의 안전 관리 방안은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주민의 고양이 입양요구는 별도 지침을 마련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협의체 참가자 대부분이 정부 쪽 관계자, 화상회의 요구도 무시

제주대 수의대가 긴급치료가 필요하다며 포획해 간 마라도 고양이 4마리 중 1마리. 사람을 따르는 것으로 유명한 고양이다. 사진을 본 수의사와 동물단체들은 긴급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제공

제주대 수의대가 긴급치료가 필요하다며 포획해 간 마라도 고양이 4마리 중 1마리. 사람을 따르는 것으로 유명한 고양이다. 사진을 본 수의사와 동물단체들은 긴급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제공

일부 협의체 참가자들은 협의체가 반쪽으로 진행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2차 회의는 문화재청의 갑작스러운 일정 통보로 1차 회의 때 참석했던 서울대 산림과학부, 국립생태원, 동물자유연대 관계자 등이 참가하지 못했다. 이들은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했거나 일정 조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이 밝힌 참가자 20명 가운데 문화재위원, 문화재청, 제주세계유산본부, 서귀포시, 영산강유역청, 관련 연구용역을 맡은 제주대 관계자를 제외하면 비정부 측 참가자는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 제주비건, 조류보호협회 관계자 3명뿐이다.

앞서 일부 참가자들은 문화재청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해 회의 참여조차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문화재청, 마라도 고양이협의체 패싱? 합의 없이 4마리 반출 논란) 이에 참가자들은 화상회의를 열 것을 문화재청 측에 요구했지만 문화재청은 제주세계유산본부 회의실이 화상회의가 불가능하다며 회의를 강행했다.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국제적 멸종위기종 뿔쇠오리.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국제적 멸종위기종 뿔쇠오리.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회의는 다수결 방식으로 진행됐다. 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과 제주비건 관계자는 '일괄적 선반출, 후조치'는 마라도 주민들이 낸 고양이 반출 합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지만, 문화재청은 "다른 참석자들이 대부분 찬성했다"며 일괄 반출을 강행했다. 또 반대 의견이 있었음에도 협의체가 일괄 반출에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정예찬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 연구원은 "준비되지 않은 고양이의 일괄 반출은 마라도 주민들이 반출에 합의한 조건과 맞지 않아 찬성할 수 없었다"며 "고양이로 인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피해를 연구한다고 했는데 고양이를 다 빼낸 뒤 어떻게 연구하겠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보호시설 마련해달라는 주민들 요구도 결국 패싱

마라도 내 서식하고 있는 고양이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마라도 내 서식하고 있는 고양이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문화재청은 또 반출된 고양이 보호시설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도 무시했다. 마라도 주민자치위원회는 앞서 16일 문화재청에 ①주민들이 입양하려는 고양이는 제외 ②보호시설 마련이 우선이며 반출 후 자연사할 때까지 길고양이 보호소 및 동물단체의 모니터링 수용 ③쥐 등 유해생물의 지속적 방제를 위한 노력 등을 전제조건으로 반출에 합의한 바 있다. 문화재청의 발표에 주민들은 "보호시설 없이 무조건 반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당초 고양이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뿔쇠오리에 피해를 준다는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되자 대대적 포획을 검토했으나 준비 없이 무조건적 포획만 해선 안 된다는 본지 지적(관련기사 ☞마라도 고양이 싹 다 잡으려 했던 문화재청, 왜?)에 따라 고양이 포획을 일단 중단하고 전문가, 동물단체 등 관계자들과 뿔쇠오리 보호 방안을 논의한 뒤 포획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괄 반출 외에 고양이 포획과 이동, 보호 장소와 관련 인력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고양이 포획 기준, 포획 후 방안을 전문가, 지역사회와 협의하겠다는 당초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문화재청이 '답정너' 식으로 일괄 반출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섬 밖으로 빼내는 고양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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