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당도 승리 장담할 수 없을 때 선거개혁 이뤄진다

어느 당도 승리 장담할 수 없을 때 선거개혁 이뤄진다

입력
2023.02.22 15:45
수정
2023.02.22 15:5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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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혁 정당들 속내는

여야 의원 120여 명이 모인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이 1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있다. 선거법 개정이 당의 유불리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

여야 의원 120여 명이 모인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이 1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있다. 선거법 개정이 당의 유불리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은 다른 상임위와 달리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지 못한다. 자신과 동료 의원들, 당의 유불리, 집권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선거 직전 거대 양당 원내대표들의 담합으로 끝난다. 그 담합조차 너무 쉽다. 상대 당을 탓하면서 아무 개혁도 안 하면 그만이다.”

7번째 정개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통상적인 정개특위 전개 상황을 이렇게 요약한다. 정치개혁이라면 냉소가 충천한 이유가 이런 역사에 있다. 이번엔 어떨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우선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로 아예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연초 중대선거구제 발언으로 선거개혁 분위기를 띄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었지만, 정작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것은 전무하다. 여당 의원들이 낸 법안은 20대 총선 때로 되돌아가는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와 ‘비례대표를 없앤 소선거구제’ 법안이다. 이런 움직임을 봐선 중대선거구, 비례성 확대 같은 주장은 허무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도리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 법안을 낸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다. 그러나 민주당 주류는 냉담한 분위기다. 여야 의원들 몇몇은 중대선거구를 실시하면 민주당은 영남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상대 당 의석을 나눠가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 중대선거구의 유·불리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선거개혁의 의지가 진심으로 느껴지는 징후들도 있다.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초당적으로 모인 의원들 모임이 구성돼 있고, 정개특위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원 전원위원회와 국민공론조사위원회를 거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고 긍정적이다. 논의가 공개될수록 양당 지도부가 막후에서 담합할 여지는 좁아진다. 심 의원은 “정개특위 위원들과 당 지도부 사이에 중지를 모아 끼워넣자는 게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의 취지”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30세대 절반이 지지 정당이 없는 이런 민심을 정당들이 외면할 수 있겠나"라고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영권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30세대 절반이 지지 정당이 없는 이런 민심을 정당들이 외면할 수 있겠나"라고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영권 기자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개혁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심 의원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회의가 커지고 무당층이 확대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지난 20주 동안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양당 지지율이 다 30%대이고 25~30%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 지난해 대선 이후 무당층은 2배 이상 늘었다. 2030세대는 절반이 지지 정당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열성 지지층만으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나. 양당이 민심의 외압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쪽에서 논의가 더 활발한 것이 그런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개혁 이상의 정치개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흑인, 여성 같은 소수자 투표권 확대 등 선거제 개혁은 언제나 선거를 이기기 위해 도입됐다. 공천 민주화와 같은 정당 개혁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크게 패배할 것으로 예측한다면, 대통령이 장악한 국민의힘과 차별화하기 위해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공천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이 자초한 정치적 위기는 상대를 악마화하며 쉽게 권력을 잡으려 한 결과다. 그 위기가 지금 개혁을 부르고 있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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