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아들 학대 치사 20대 여성, 1년간 544시간 방치

입력
2023.02.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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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피해아동, 심각한 발육 부진과 영양 결핍"
이사 후 전입신고 안 해 위기아동 관리대상서 빠져

생후 20개월 아들을 사흘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사(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20개월 아들을 사흘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사(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20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여성이 지난 1년간 60차례에 걸쳐 544시간 동안 아들을 집에 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구미옥)는 27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A(2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60시간 동안 인천 미추홀구 빌라에 아들 B군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년간 60차례에 걸쳐 544시간 동안 B군을 상습적으로 홀로 방임했다.

검찰은 피해아동이 장기간 반복된 방임으로 인한 심각한 발육 부진과 영양 결핍 상태에서 사망 무렵 60시간 동안 계속된 방임으로 발생한 탈수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B군은 2021년 3분기 위기아동 관리 대상에 포함됐으나 그해 10월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대상에 제외됐다"며 "결국 예방접종 미접종과 영유아건강검진 미검진, 가스요금 체납, 가스 중단 등 4종 이상의 위험 징후에도 불구하고 아동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한 A씨의 죄명을 아동학대살해죄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지인이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해서 일하러 갔다"며 "일 끝나고 술을 마셔서 귀가하지 못했다. 아이가 숨질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B군 몸에서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집 보일러도 가동 중이었다.

A씨는 과거에도 B군을 혼자 두고 집을 나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외박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상습 방임 행위가 B군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형량이 무거운 아동학대살해죄로 죄명을 변경했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A씨는 지난해 여름 남편과 별거하면서 현재 거주지로 이사 왔으나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남편으로부터 1주일에 5만~10만 원가량 생활비를 받았지만, 도시가스와 수도요금을 제때 내지 못해 생활고를 겪었다.

A씨 자택 우편함에선 도시가스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우편물이 발견됐고, 현관문에는 수도요금 미납 고지서도 붙어 있었다. B군의 아동수당 10만 원과 양육수당 15만 원은 A씨 남편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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