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은 없다" 매트리스 회사 대표가 완벽하게 잠자는 요령

"침대도 AI시대" 스마트 매트리스 만든 수면테크 전도사,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입력
2023.03.01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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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최적의 수면 상태로 온도 조절해 주는 매트리스 개발
불면증 경험하며 슬립테크 창업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은 사람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업체 프로프셰어와 리서치앤마켓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수면기술(슬립테크) 시장이 2026년 약 149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만큼 쾌적한 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여 서비스로 유명한 코웨이가 가수 BTS 멤버를 모델로 내세운 스마트 매트리스를 내놓으며 슬립테크 시장에 불을 지폈다. 이보다 앞서 수면시장에 뛰어든 신생기업(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인공지능(AI)이 개인별 최적의 수면상태를 알아서 조절해 주는 똑똑한 매트리스를 개발한 슬립테크 스타트업 삼분의일의 전주훈(40) 대표다. 서울 양재동 삼분의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잠의 중요성과 슬립테크의 성장 가능성을 들어봤다.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가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체험관에서 판매 중인 메모리폼 매트리스에 앉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가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체험관에서 판매 중인 메모리폼 매트리스에 앉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불면은 없다" 완벽하게 잠자는 요령

한마디로 전 대표를 표현하면 '잠에 빠진 사나이'다. 슬립테크 기술 개발뿐 아니라 그 자신이 쾌적한 잠을 위한 실천가 겸 전도사다. 불면 없는 완벽한 잠을 위해 그는 몇 가지 원칙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키며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한다.

매일 그는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난다. 기상 후 6km 거리를 40분가량 뛴다. "햇빛을 받으며 뛰는 게 중요해요. 햇빛을 받으면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달리기를 통해 체온을 올려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어요."

이후 2분 동안 찬물 샤워를 한다. "한겨울에도 찬물 샤워를 거르지 않아요. 찬물로 피부를 식히면 반대로 내부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며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죠. 이렇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요."

퇴근 후에는 반대로 움직인다. 귀가하면 뜨거운 물로 10분가량 샤워를 한다. 피부가 뜨거워지면 반대로 신체 내부의 온도가 떨어지며 잠자기 좋은 상태로 들어간다. 추우면 졸린 것과 같은 이치다.

천장 전등도 모두 꺼서 집 안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TV와 스마트폰을 일절 보지 않는다. "수면 3시간 전에는 물도 마시지 않아요. 소변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고 싶지 않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그는 매일 밤 10시면 어김없이 숙면을 취한다. 그는 이런 요령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파해 매주 토요일 함께 달리는 모임까지 만들었다. "토요일 오전에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등 스타트업 대표들과 벤처투자업체 사람들이 함께 뛰죠."

"우리와 일하자" 세계적 기업 다우케미칼의 파격 제안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전날 잠을 잘 자야 다음 날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작이 전날 수면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사명에도 이런 뜻을 담았다. "하루 3분의 1에 해당하는 8시간을 잘 자야 깨어있는 3분의 2를 좋은 상태로 보낼 수 있어요. 그래서 하루의 3분의 1을 완벽한 수면으로 채워주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시작이 매트리스다. 그는 사람의 신체 굴곡을 기억하는 형상기억(메모리폼) 매트리스와 스프링 및 메모리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트리스 등 두 가지를 내놓았다.

폴리우레탄의 일종인 메모리폼은 누우면 몸의 굴곡대로 들어갔다가 일어나면 천천히 복원된다. 전 대표는 메모리폼이 몸에 전해지는 압력을 스프링보다 골고루 분산해 잠잘 때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몸에 압력이 전달되는 지점인 압점을 분산해요. 그래서 자고 일어나도 어깨나 허리가 결리는 현상이 덜 하죠. 반면 스프링 매트리스는 스프링 사이 간격 때문에 몸의 곡선을 완벽하게 채워주지 못해 압점 해소에 한계가 있어요."

배송이 용이한 것도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장점이다. "7톤 무게로 압축하는 기기를 사용해 누르면 1m 크기 상자에 매트리스가 들어가요. 이렇게 포장하면 택배 기사 혼자 배달할 수 있어요. 덕분에 전국 익일배송이 가능해지면서 물류 비용도 아꼈죠."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삼분의일은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2017년 창업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으로 400억 원어치를 팔았다. "전국에서 5만 명이 삼분의일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사용해요."

이를 눈여겨본 것은 세계적 화학업체인 미국의 다우케미칼이다. 2021년 매출이 72조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 다우케미칼이 삼분의일에서 만든 인터넷 광고를 보고 혁신 제품 개발을 위한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거대 기업이 주저 없이 스타트업과 손잡는 것을 보고 놀랍고 신기했어요. 다우케미칼은 우리와 공동 개발하는 폴리우레탄 메모리폼 소재를 우리에게만 독점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마다할 이유가 없어 지난해 11월 계약했죠."

양사가 만드는 메모리폼은 경도와 밀도를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압점을 최대한 제거하는 매트리스를 만들 수 있죠. 예민한 사람들은 누웠을 때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이미 개발이 끝나서 3월 중 첫 제품이 나와요. 올해 나오는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모두 다우케미칼과 개발한 소재로 만들어요."

서울 서초구 삼분의일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매트리스. 매트리스 위에 올리는 푸른 커버 속에 실리콘 관이 설치돼 있고 보온보냉수가 흘러 잠자기 좋은 온도를 만든다. 김영원 인턴기자

서울 서초구 삼분의일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매트리스. 매트리스 위에 올리는 푸른 커버 속에 실리콘 관이 설치돼 있고 보온보냉수가 흘러 잠자기 좋은 온도를 만든다. 김영원 인턴기자


AI가 개인별 최적의 수면 온도를 찾아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 대표가 준비한 결정타는 이달 중 나오는 스마트 매트리스다. AI와 결합된 스마트 매트리스는 이용자가 누우면 감지기가 몸 상태를 파악해 잠들기에 가장 좋은 상태로 온도를 조절해 준다. "매트리스 위에 올리는 얇은 침대 커버 안에 실리콘 관이 들어 있고 여기에 보온 보냉 가능한 물이 흘러요. 겨울에는 침대를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만들죠."

전 대표는 필요한 AI 기술을 독자 개발해 매트리스와 연동했다. "7~10일 자면 AI가 이용자의 신체 상태를 파악해 사람마다 제각각인 잠들기에 가장 좋은 온도로 매트리스를 조절해요."

이용자의 수면 데이터는 무선 인터넷(와이파이)을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되고, 이 데이터를 AI가 매일 분석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AI가 분석한 수면상태 보고서까지 스마트폰 앱으로 전달하죠."

전 대표는 스마트 매트리스 개발을 위해 100개의 수면 관련 기업을 분석했다. "분석 자료를 보니 침대 이용자들의 가장 많은 불만이 온도였어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거죠. 그래서 이용자의 수면 데이터를 토대로 온도를 자동 조절해 주는 기술을 개발했죠."

또 스타트업 바이텔스를 인수하고 박찬용 바이텔스 대표를 수면연구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바이텔스는 6년간 수면 데이터를 연구한 곳이에요. 수면 상태 감지기와 온도를 최적화하는 기술 등을 바이텔스에서 개발했죠."

전 대표는 올해 스마트 매트리스를 앞세워 매출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투자는 누적으로 160억 원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이 70억 원입니다. 올해 매출은 이보다 대폭 늘어날 겁니다."

불면증이 가져다준 창업 아이템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나온 전 대표는 졸업 후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특이한 일을 했다. "곡물심사팀에서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심사역을 했어요. 서울 마장동 고기수입업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면서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렸죠. 2년 동안 대출 심사를 하며 고기업체들을 많이 알게 돼 퇴사 후 자연스럽게 음식점을 차렸어요."

멕시코 요리와 인도 요리 전문점을 차려서 곧잘 돈을 번 그는 카레 공장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과욕이 패인이었다. "카레를 이용한 간편식을 만들었는데 잘 안 돼서 모두 정리했어요."

두 번째 창업은 2014년 만든 가사도우미업체 홈클이었다. 청소를 대행해 주는 도우미를 파견하는 사업을 했는데 수요는 많았으나 도우미 공급이 문제였다. "매출보다 도우미 모집 비용이 더 들었죠. 3개월 동안 사업을 정리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불면증에 걸렸어요."

그는 자신의 고통에서 사업 기회를 봤다. "잠 못 자는 고통이 엄청 큰데도 이를 해결하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이거다 싶었죠." 그렇게 2017년 삼분의일을 창업했다.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가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체험관에 설치된 스마트 매트리스에 누웠다. AI와 연동된 스마트 매트리스는 알아서 잠자기 좋은 온도를 만들어 준다. 김영원 인턴기자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가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체험관에 설치된 스마트 매트리스에 누웠다. AI와 연동된 스마트 매트리스는 알아서 잠자기 좋은 온도를 만들어 준다. 김영원 인턴기자


애플의 워즈니악이 롤모델

전 대표가 닮고 싶은 사람은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애플이라면 사람들은 작고한 스티브 잡스를 얘기하지만 그에게는 스티브 워즈니악이 먼저 떠오른다. "애플의 컴퓨터 개발을 도맡았던 워즈니악은 디자인이나 요란한 마케팅보다 기술 등 제품의 본질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개발자들은 잡스보다 워즈니악을 더 좋아하죠. 워즈니악처럼 본질을 파고들어 편안한 수면 기술에 집중하고 싶어요."

이를 반영하듯 전체 직원 35명 중 70%가량이 스마트 매트리스를 개발하는 개발자들이다. "한때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 문구가 유명했죠. 스마트 매트리스가 나오면 이제 침대가 진짜 과학이 되죠."

앞으로 그는 스마트 매트리스 외에 조명, 소리, 수면 보조제 등 다양한 수면 상품들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흔들침대도 내놓을 예정이다. “개인별로 잠자기 좋은 최적의 상태로 흔들어주는 기능이 들어간 흔들침대도 개발 예정입니다. 특급 호텔 등을 겨냥한 제품이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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