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열차 충돌, 잘못된 선로 변경 때문?... 경찰, 지시 내린 역장 체포

그리스 열차 충돌, 잘못된 선로 변경 때문?... 경찰, 지시 내린 역장 체포

입력
2023.03.02 01:00
수정
2023.03.02 11:38
17면

"라리사 역장, 역 붐비자 여객열차에 틀린 지시"
철도 신호기만 작동했다면..."이번 사고는 인재"
최소 40명 사망·생사 불명 승객도 50~60명

심야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1일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 템피에서 같은 선로 위에서 마주 달려오다 충돌한 두 열차가 철도를 이탈하고 참혹하게 부서져 있다. 템피=AP 연합뉴스

12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 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의 원인을 현지 경찰이 조사 중인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라리사역 역장이 1일(현지시간) 체포됐다. 잘못된 열차 선로 변경 지시가 이번 사고 원인이라고 경찰이 판단하고 있다는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지에서는 이번 참사를 두고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객열차 선로 변경 명령이 원인?...경찰, 라리사 역장 체포

지난달 28일 자정 직전 그리스 중부 테실리아주 라리사 부근에서 한 선로 위 마주 달려오던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국내외 언론들은 두 열차가 '같은 선로 위에서 마주 보며' 달리고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 여객 열차는 수도 아테네에서 출발해 북쪽도시 테살로니키로 향했고, 화물열차는 반대로 테살로니키에서 중부의 라리사를 향해 남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경찰은 어떤 열차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는지 확인하기 위해 라리사와 팔레오파르살로스 역장을 조사했다. 그리고 사고 발생 몇 시간 만인 1일 오후 라리사 역장을 체포했다. 외신들은 경찰이 라리사 역장이 명령을 잘못 내린 탓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리스 ERT방송 등 현지 언론들도 "라리사역 부근에서 열차 정체 현상이 일어나 역장이 해당 여객열차에 선로 변경 지시를 내린 게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역장은 과실에 의한 살인과 과실에 의한 중상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든 혐의를 부인 중"이라고 전했다.

철도 신호기 고장, 노후화된 철도..."막을 수 있었던 인재"

1일 그리스 라리사에서 한 남성이 전날 밤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실종된 딸의 사진을 취재진 앞에서 들어 보이고 있다. 라리사=로이터 연합뉴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두고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스의 철도 안전 전문가인 아나스타시오스 데데스는 철도의 신호등 격인 '철도 신호기' 고장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선로가 비어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신호기의 역할"이라며 "두 방향의 신호기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고 (여객열차의) 기관사는 역장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호기가 고장 난 탓에 여객열차의 기관사는 같은 선로 반대편에서 화물열차가 마주 달려오는 걸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열차는 지하터널을 벗어나 2~3㎞ 정도를 고속으로 주행하다 맞은편 화물열차와 정면충돌했다.

그리스 철도노조도 "열차 관제 시스템이 여전히 수동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그리스의 노후화된 철도 시스템을 문제로 꼽았다. 노조는 사고가 난 노선인 '헬레닉 트레인'이 2017년 이탈리아 기업의 손에 넘어간 뒤 철도의 현대화 작업이 더 더뎌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ERT는 이날 오후 "최소 40명이 숨지고 66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여객열차 승객 약 350명 중 50~60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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