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까지 나서 "가격 인상 자제" 압박하자...CJ제일제당까지 백기 들었다

입력
2023.03.02 21: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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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1일 예정 편의점 식품값 인상 철회
농식품부 장관 "가격 인상 자제" 요청 이틀 만에

CJ제일제당이 고추장, 조미료 등 출고가 최대 11% 인상을 발표한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고추장 코너. 뉴스1

CJ제일제당이 고추장, 조미료 등 출고가 최대 11% 인상을 발표한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고추장 코너. 뉴스1


최근 정부가 식품회사들을 상대로 "상반기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자 풀무원에 이어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도 가격을 올리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2일 CJ제일제당은 전날부터 편의점 판매용 조미료(다시다), 고추장(태양초고추장, 초고추장), 냉동 면·떡류(우동, 짜장면, 떡국떡 등) 가격을 최대 11% 인상하려 했으나 이를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이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가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은 생산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편의점에서 9,900원에 판매되는 해찬들태양초골드고추장(500g)을 이달부터 1만400원으로, CJ쇠고기다시다명품골드(100g)를 4,300원에서 4,800원으로 500원 올린다는 방침이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가 및 비용 부담은 여전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편의점 판매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풀무원샘물은 생수 출고가 인상 발표 닷새 만에 이를 철회했고, 하이트진로도 소주 가격 동결을 공식 발표했으며 오비맥주도 4월 주세가 인상되더라도 당분간 제품 가격 인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식품업계가 이미 고지된 식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나선 배경에는 정부 압박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식품업계가 잇따라 제품값을 올리자 기획재정부는 소줏값 인상 요인을 점검하고 제조사의 주류 가격 인상 동향을 살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으며,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날 간담회를 열고 12개 식품회사 대표들을 불러 모아 상반기 중 가격 올리는 걸 자제해달라 요청까지 했다.

이번 CJ제일제당의 결정 번복도 정 장관의 식품회사 간담회가 열린 지 이틀 만에 나온 조치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지난달 16일 대형마트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정 장관과 만나고 나서 편의점 가격 인상 조치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같은 제품을 구입처별 다른 인상율로 적용받게 됐다.

장관까지 나선 정부의 엄포에 이미 지난해와 올해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식품회사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숨죽이고 있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우리도 제품 가격 인상 발표를 준비했으나 막판에 내부에서 인상 계획 철회로 방향을 바꿨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가격을 누를 수도 없다는 것이 식품회사의 입장이다. 또 다른 식품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급한 불을 끄자는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기업이 가격을 부담하지만, 당장 올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률이 더 가팔라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지난해 물가 대책으로 대두유·밀·돼지고기 등의 관세 인하 대책을 내놨지만 대부분 실효성이 없었다"라며 "가격 동결 압박뿐만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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