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늑대인간

입력
2023.03.0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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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늑대 이야기

늑대인간을 그린 16세기 유럽 목판화. 위키피디아

늑대인간을 그린 16세기 유럽 목판화. 위키피디아

고대 로마인들은 스스로를 늑대의 후예라 자부했다. 티베리스 강가에 버려진 젖먹이 로물루스-레무스 형제를 거두어 제 젖을 내어줌으로써 나라를 건국하게 한 게 암컷 늑대라 여겨서였다. 몽골 초원의 전사들도 전설의 푸른 늑대를 조상으로 섬겼고, 튀르키예인들은 회색 늑대를 민족의 상징으로 쳐 지금도 ‘회색늑대들’이라는 극우단체가 존재한다. 북미 다수 원주민 부족들에게 늑대는 힘의 상징이었다. 작가 마이클 블레이크는 백인 서부개척사의 야만을 고발한 소설 ‘늑대와 춤을’을 썼고, 케빈 코스트너는 그걸 영화화했다.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시튼 동물기’의 늑대 ‘로보’도 있고, 인간의 비열함에 짓눌리지 않고 끝내 생명 존재의 존엄을 지켜낸 잭 런던의 늑대개 ‘화이트 팽’도 있다.
한국에서는 호랑이와 여우에게 밀려 상징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늑대는 사악함의 상징으로도 널리 끌려 다녔다. 그리스 주신 제우스에게 자신이 살해한 사람 고기를 먹였다가 그 벌로 늑대인간이 된 ‘리카온’ 이래 늑대인간은 드라큘라와 맞먹는 악마적 타자였고,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를 거치며 가히 세계화한 ‘빨간 두건’의 늑대도 그 변주라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늑대가 인간을 공격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서식지 파괴나 광견병 등으로 사람에게 위해을 가한 예가 없지는 않고, 서식지 인근 오지에서는 지금도 가끔 주로 여성과 어린이들이 공격받곤 한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1878년 3월 8일 시작된 늑대 무리의 공격은 역사상 유례없이 전면적이고 엽기적이었다. 영국 관리들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늑대 떼가 낮밤 없이 오지 마을들을 습격해 불과 몇 달 사이 무려 624명이 숨졌다고 한다. 그 양상과 빈도 때문에 초자연적 늑대인간의 소행, 늑대 탈을 쓴 인간들의 짓이라는 소문까지 번졌다. 정확한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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