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더 빠졌어요"... 허술한 '두피문신' 시술, 탈모 환자 두 번 울려

입력
2023.03.08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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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탈모 환자 증가, 두피문신 인기
주먹구구 시술 교육 탓 부작용 속출
신고도 거의 안 해 불법 시술 부추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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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로 고생하던 30대 남성 A씨는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뜬 ‘두피문신’ 광고를 보고 타투숍을 방문했다. 두피문신은 머리카락이 빠진 부위에 바늘이나 레이저 등으로 검은색 점을 연이어 찍어 숱이 많아 보이게 하는, 이른바 착시 효과를 노린 시술이다. 타투숍 관계자는 “일반 문신과 다르지 않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부작용은 이튿날 바로 나타났다. 시술 부위에 진물이 나 급히 피부과를 찾았더니 세균 감염 진단이 나온 것이다. A씨는 7일 “의사가 빨리 치료를 안 했으면 탈모가 훨씬 심해졌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발이식하자니 돈이... 2030 '두피문신' 눈독

탈모 환자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탈모 환자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공식 국내 탈모 인구는 24만 명을 넘는다. 특히 20, 30대 젊은 환자가 40%(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탈모는 이제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사회생활과 결혼 등을 앞둔 청년들에게 탈모는 질병 이상의 고민거리다. 그러나 모발이식이나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물 처방 등은 비용 부담이 커 간편하고 적게는 수십만 원만 들이면 미용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두피문신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젊은 세대의 특성도 두피문신 인기 확산에 한몫했다.

문제는 청년들의 절실함만큼이나 이를 악용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탈모 환자들이 고민과 치료법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두피문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3개월 전 한 문신이 작은 점으로 유지되지 않고 퍼진다” “유명한 곳에서 시술을 받았는데 붉은색으로 착색됐다” 등 피해 사례도 색 번짐과 머리카락 빠짐, 세균 감염 등 다양하다.

두피문신도 아직은 현행법상 의료인만 시술 가능한, 엄연한 의료행위다. 하지만 일반 문신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투숍은 물론 일반 미용실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두피문신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부작용의 주범은 불법 여부보다 허술한 시술자 배출 과정에 있다. 기자가 서울과 경기, 대구의 두피문신 학원 4곳에 수강료를 문의하니 하나같이 “수백만 원을 내고 6~10회 수업만 받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고 꼬드겼다. 불법 아니냐고 걱정하자 “단속은 거의 하지 않는다. 설령 단속이 나와도 대책이 다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두피문신 교육과 관련한 규제가 없다 보니 함량 미달의 시술자를 양산해도 제재할 방법이 딱히 없는 게 현실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신고자는 없다

7일 인스타그램에 '두피문신 학원'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 목록. 인스타그램에 '두피문신'을 검색하면 56만 개가 넘는 관련 게시물이 뜬다. 인스타그램 캡처

7일 인스타그램에 '두피문신 학원'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 목록. 인스타그램에 '두피문신'을 검색하면 56만 개가 넘는 관련 게시물이 뜬다. 인스타그램 캡처

피해 규모에 비해 신고를 꺼리는 것도 무분별한 두피문신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다. 서울에 사는 20대 남성 B씨는 ‘엠(M)자형 탈모’를 가리기 위해 두피문신을 받았다가 크게 후회했다. 시술 후 탈모가 계속 진행돼 문신이 더 도드라지게 드러난 것. 그는 결국 큰돈을 들여 모발이식으로 문신 부위를 가려버렸다. 후유증 해결이 급선무라 신고나 소송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도 “두피문신 피해 신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피부 전문가들은 두피문신은 미용을 목적으로 한 일반 문신과 달리 시술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소속 정진욱 피부과 전문의는 “탈모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반드시 병원을 찾아 꼼꼼하게 검진받고 시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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