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매입 논란 '칸타빌', 8번째 무순위 청약도 분양가 배짱

입력
2023.03.09 16:00
수정
2023.03.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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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책 없는 미분양 LH가 떠안아"

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가 매입 논란을 촉발한 서울 강북구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최근 8번째 무순위 청약 공고를 냈다. 그만큼 수요자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는 뜻이지만, 정작 분양가는 처음 그대로다. 결국 건설사가 아무런 자구책을 펴지 않은 악성 미분양을 LH가 떠안은 셈이다.

LH, 악성 미분양 시장가에 매입

단지 조감도. 홈페이지 캡처

단지 조감도. 홈페이지 캡처

9일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청약홈엔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8번째 무순위 청약 공고가 올라왔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3월 일반분양 당시 6.4대 1로 청약 마감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에 216가구 중 90%인 198가구가 미분양으로 나왔다. 지난해 6월 일부 아파트(전용면적 59~78㎡)에 대해 할인분양(15%)에 나서며 계약률을 조금 끌어올렸지만, 이런 혜택을 내걸지 않은 소형 아파트는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LH가 이 아파트 36가구(전용 19·20·24㎡)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당시 7차례나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낼 만큼 악성으로 꼽혔는데, 처음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사들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LH는 19㎡ 원룸형 아파트 25가구를 2억1,200만~2억2,000만 원선에 사들였다. 분양가(2억1,400만~2억5,000만 원)보다 최대 12% 낮은 수준이다. 전용 24㎡ 아파트 2가구는 각각 2억5,600만 원과 2억6,250만 원에 사들였는데, 분양가(2억7,000만 원)와의 차이가 3~5% 수준이다. 이 아파트가 일부 평형에 내건 15% 할인율보다 낮다.

건설사 분양가 배짱 가능한 이유는

전용 24㎡ 이하 미분양이 74가구에 달했지만, 해당 건설사는 절반 가까이(48%)를 LH가 시장가격에 사준 덕에 별다른 자구책 없이 위기를 넘겼다. 이날 전용 18·23·24·56㎡ 4가구에 대해 8번째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내고도 1년 전 본청약 때와 같은 분양가를 내건 배짱의 배경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LH가 미분양의 90%를 털어 줘 굳이 깎아주며 급하게 팔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의 공공 매입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수요자들이 꼼수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정부 역시 "소비자가 외면한 걸 세금으로 부양하는 건 반(反)시장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LH의 매입 임대사업 전반을 감찰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를 잘 안다"며 "현재 매입 임대사업 전반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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