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영상 유출, 또 일어날 수 있다... '병원 카메라'는 관리 사각지대

입력
2023.03.10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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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취약 진료실 IP 카메라 영상 유출
가격 싸 CCTV 대신 설치 병원 수두룩
"병원 내 영상기기 관리방안 강화해야"

인천의 한 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 장면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인천의 한 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 장면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진료실에서 촬영된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논란이 됐다. 경찰이 해킹 가능성 등 유출 경위를 수사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언제든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병원 내 영상정보 처리가 보안에 취약한 탓이다. 폐쇄회로(CC)TV를 포함해 의료기관의 영상기기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병원은 2017년부터 진료실과 상담실, 심전도실, 수술실 등에 IP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했다. IP 카메라는 유ㆍ무선 인터넷에 연결돼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거나 감시할 수 있다. 외부 접속이 차단된 CCTV보다 설치가 간편하고 저렴한 반면, 보안에는 더 취약하다. 경찰은 외부 해킹과 내부 유출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가 어떻게 빠져나갔느냐와 별개로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병원 영상기기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특히 병원은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에 훨씬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의료기관의 영상 관리는 수술실에 집중돼 있다. 수술 관련 의료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저장장치와 네트워크 분리 △접속기록 보관 및 출입자 관리 방안 마련 등 엄격한 의무가 부여된다.

진료ㆍ치료실은 사정이 다르다. 이곳에 설치된 영상기기는 의료법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적정한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 규정만 있을 뿐, 카메라 종류 등 세부 지침은 수술실에 비해 헐겁다. 같은 병원 안에 있는 비공개 공간이어도 수술실(의료법)과 진료실(개인정보보호법)에 적용된 법령이 달라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해킹에 취약한 IP 카메라가 설치된 병원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본보가 성형수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살펴보니 강남 일대 성형외과 20곳 중 12곳이 “수술실에 CCTV가 있다”고 광고했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요즘엔 CCTV가 없다고 하면 고객들이 안심을 못 한다”고 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시행 전이지만, 고객 요구에 부응해 선제적으로 설치한 병원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보안전문가들은 CCTV 다수가 실제론 IP 카메라일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둘의 차이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수술실에 IP 카메라가 있다면 진료실 등 다른 곳에도 설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 영상기기 업계 관계자는 “IP 카메라는 보통 수술실부터 상담실, 진료실까지 ‘원스톱’으로 설치한 뒤 함께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진짜 CCTV를 설치했다는 또 다른 성형외과 원장도 “IP 카메라를 쓰는 병원이 주변에 꽤 있다”고 귀띔했다. 병원 측 과실이 아니더라도 영상 유출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병원 내 영상기기 설치 현황 등을 파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금지 사항이 아니라 조사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의료정보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유출에 따른 피해 정도도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법령 재검토는 물론 병원들의 보안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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