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우크라이나 전쟁은 '3차 세계대전'…푸틴이 만남 거절해"

입력
2023.03.10 20:26
수정
2023.03.1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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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10주년 인터뷰서
"러시아 비롯한 제국주의로 전쟁 발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11월 25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합 깃발 앞을 지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11월 25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합 깃발 앞을 지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뿐 아니라 여러 제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발발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국이 얽힌 국제 분쟁으로 번져 이미 '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는 발언도 내놨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현지 매체 '라 레푸블리카' 등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100여 년 동안 세 차례의 세계대전이 있었다. 1941년과 1939년, 그리고 지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만이 아닌 다른 여러 제국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 의해 촉발됐다"고 했다. 교황은 "이제는 누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적인 전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며 "강대국들이 모두 이 전쟁에 휘말렸다. 전장은 우크라이나다"라고 짚었다.

즉위 10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주교황청 러시아 대사관에 러시아가 '협상의 창구'을 연다면 모스크바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감사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교황의 방문을 거절했다고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레 세라'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꾸준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요청하지만, 교황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문이 열릴 때 비로소 우크라이나 키이우도 찾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바티칸의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신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바티칸시티=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바티칸의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신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바티칸시티=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사임에 대해서도 재차 이야기했다. 교황은 "피로감으로 사물을 명확히 볼 수 없게 되거나, 상황 판단에 필요한 명확성이 부족해질 경우" 사임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지난달에는 교황의 생전 사임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 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현직 교황이 생전에 사임한 것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2013년 베네딕토 16세가 최초였다.

올해 86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에도 무릎 연골을 지지하는 보강물을 삽입했다. 무릎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교황은 지난해부터 휠체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교황은 이에 대해 "조금 민망하다. 무릎(건강 문제)은 굴욕적"이라고 겸연쩍어하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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