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뒤척뒤척’이고 낮에도 졸음이 쏟아지는데…

입력
2023.03.12 18: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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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이면 옆으로 누워 자야 예방 도움

잠은 하루에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보약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숙면하지 못해 낮에도 졸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은 하루에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보약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숙면하지 못해 낮에도 졸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 수면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뿐만 아니라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씻어내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잠만 제대로 자도 병치레를 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그래서 ‘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완연한 봄인데 잠을 자도 졸리고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세계 수면의 날(3월 18일)’을 앞두고 ‘건강한 잠’에 대해 알아본다.

◇수면장애로 연간 70만 명 병원 치료받아

수면장애는 잠자는 시간뿐만 아니라 낮 시간의 일상생활 등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수면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70만9,233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49만4,915명보다 43.3% 늘어났다.

수면장애에는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지나치게 이르거나 불규칙한 ‘1주기 리듬 수면장애’,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 수면 도중 잠꼬대를 하면서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ㆍRapid Eye Movement)수면행동장애’, 잠을 많이 자는데도 잠이 계속 쏟아지는 과수면증, 기면증(嗜眠症ㆍnarcolepsy)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수면장애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보통 잠잘 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을 때가 1시간에 5번 이상일 때를 말한다. 숨이 막혀 ‘컥컥’ 대다가 ‘푸’ 하면서 숨을 몰아 내쉬게 된다.

잠잘 때 코골이를 하는 사람 가운데 70% 정도가 수면무호흡증 환자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7년 3만1,377명에서 2021년 10만1,348명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40~69세 인구 중 남성의 27%, 여성의 16%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질병관리청).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옆으로 누워 자야 혀뿌리가 중력에 의해 뒤로 처져 기도를 막아 발생하는 수면무호흡증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수면무호흡증과 불면증을 함께 앓는 경우도 많다. 주은연ㆍ최수정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불면증을 호소한 성인 남성의 56%가 수면무호흡증을 앓았다. 여성 불면증 환자의 35%도 수면무호흡증이 있었다.

수면장애를 피하려면 ‘수면 위생’을 적절히 지켜야 한다. 수면 위생은 잠을 적절히 자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행동을 일컫는다. △밝은 빛을 보면서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기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기 △시간을 자꾸 체크하지 않기 △늦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기 △카페인ㆍ알코올 섭취 피하기 △잠자기 전 수분 과다 섭취를 피하고 과식하지 않기 등이다.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 같은 수면 위생만 잘 지켜도 수면 질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코골이가 심하거나 특히 나이가 많은데 혈압이 높고, 비만이라면 수면 다원 검사를 받아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 다원검사가 2018년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역류성식도염이면 왼쪽으로 누워 자야

평소 숙면을 방해하는 행동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유삼 교수는 “술을 먹으면 쉽게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술은 오히려 깊은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고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잠들기 전에 과격한 운동도 피해야 한다. 운동하면 몸이 지치면서 쉽게 잠들 수 있다고 여기지만 운동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서 신체를 흥분하게 만든다. 따라서 숙면하려면 잠들기 3~4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쳐야 한다. 잠들기 전 카페인이나 과도한 수분 섭취도 숙면을 방해한다.

잠자는 자세도 ‘수면 질’에 영향을 준다. 코를 곤다면 똑바로 누워 자는 것보다 옆으로 눕는 게 좋다. 똑바로 누우면 중력으로 입 안 구조물이 아래로 내려가고 목 안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위ㆍ식도 역류 질환이 있다면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 위는 몸 왼쪽에 있는데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위산이 역류한다. 반면 왼쪽으로 누우면 위가 아래쪽에 위치하면서 위산 역류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4명 중 3명 정도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덧붙여 잠이 부족하면 뇌에 노폐물이 쌓이기 쉬워진다. 적절한 수면 시간은 보통 6-9시간이다. 평일과 휴일에 잠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이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적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잠의 기능 가운데 하나가 잠자면서 뇌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노폐물이 쌓이면 치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판단력ㆍ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숙면하기 위한 5가지 방법]

□잠자기 전 스마트폰ㆍTVㆍ노트북 등 밝은 빛이 나오는 기기를 오래 보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는다.

□늦게 잠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난다.

□잠자기 전 카페인ㆍ알코올 섭취는 피한다.

□잠자기 전 과식ㆍ수분 과다 섭취를 피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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