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전망 좋은 집으로 옮기자"... 전세족 다시 는다

입력
2023.03.14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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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내려가고 금리 낮아 영향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 13% 줄어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고영권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고영권 기자

서울 관악구에서 월세살이하는 직장인 김모(34)씨는 두 달 뒤 인근 전셋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전세살이 비용이 더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현재 10년 된 나 홀로 아파트에 보증금 1억 원, 월세 120만 원에 살고 있다. 인근 A아파트 전용면적 59㎡ 전셋값은 3억 원. 주 거래은행에서 전세보증금 2억 원을 연 4.3%(만기 10년)에 빌렸더니 매달 나가는 원리금은 203만 원(이자 73만 원)으로 추산됐다. 그는 "원금은 저축하는 돈이니 이자만 계산하면 오히려 월세보다 50만 원 싸다"고 했다.

최근 전셋값이 떨어지고 금융당국 압박에 시중은행이 일시적으로 전세대출 금리를 낮추자 김씨처럼 전세로 유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전세매물 13%나 줄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전세 수요 증가 추세는 올 들어 확연하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계 얘기다. 13일 서울부동산광장에 올라온 전·월세 거래량을 보면, 지난달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1,272건으로 지난해 11월(9,342건) 이후 4개월 연속 늘었다. 아파트 전세 비중은 57.8%로 두 달 만에 8.3%포인트 치솟으며 월세 비중을 다시 앞질렀다. 다른 업체가 파악한 추세도 비슷하다.

이는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상당히 싸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부동산원)은 20.4% 내려, 지방 하락폭(9.9%)을 배 이상 웃돌았다. 월세 선호 현상,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몰린 영향이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김씨가 점찍은 A아파트 전셋값 하한가는 지난해만 해도 5억 원 안팎이었지만 최근 3억 원까지 내렸다. 입주가 몰린 인천,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일수록 하락폭이 더 크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전세대출 금리를 4% 수준까지 낮추자 이참에 조건 맞는 전셋집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급은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에 매물로 나온 아파트 전세는 4만7,000여 건으로 연초보다 13%나 줄었다. 같은 기간 인천과 경기도 각각 16% 감소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집주인들 호가 올린다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전세 호가를 높이는 집주인도 눈에 띈다. 전셋값은 통계상으로 여전히 하락 추세지만 하락폭은 줄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대규모 입주 영향으로 10억 원을 웃돌던 전세 시세가 연초 6억 원까지 급락했지만, 최근 하한선이 7억 원으로 올랐다.

다만 전세시장이 불붙은 정도는 아니다. 서울 잠실의 중개업소 대표는 "연초보다 수요가 늘긴 했지만 그래도 비싼 전세는 안 찾는다"며 "금리가 내렸다 해도 여전히 높다는 인식도 많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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