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스카 정복 또 불발… ‘서부 전선’ 4관왕에 만족

입력
2023.03.13 19:04
수정
2023.03.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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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장편애니상 수상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2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2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할리우드의 새 강호로 군림하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오스카 정복에 또 실패했다.

넷플릭스는 12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작품상 수상에 도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국제장편영화상과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수상에 만족했다.

넷플릭스는 수년 전부터 오스카 작품상에 눈독을 들여왔다. 실리콘밸리 테크기업 이미지를 지우고,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선 작품상 수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과는 어느 정도 났다. 2019년 ‘로마’, 2020년 ‘아이리시맨’, 2021년 ‘맹크’, 지난해 ‘파워 오브 도그’가 작품상 후보에 연달아 올랐다. ‘로마’와 ‘파워 오브 도그’는 감독상을 받았으나 작품상 트로피는 손에 넣지 못했다. 수상이라는 고지를 눈앞에 두고 9부 능선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던 셈이다. 지난해 애플TV플러스가 ‘코다’로 작품상을 가져가며 OTT 최초 수상이라는 영예를 차지한 점도 넷플릭스를 더 조바심 나게 했다.

올해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예상 밖으로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변수가 많았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독일 작가 에리히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독일 영화다. 비영어 영화가 작품상을 가져간 건 2020년 ‘기생충’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리메이크 영화는 작품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오스카 징크스도 넘어야 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1930년과 1979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영국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비영어 영화상, 각색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강한 반전 메시지를 전하며 우크라이나 침공문제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올해도 남의 잔치를 구경하는 신세에 머물렀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점은 위로가 될 만하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월트디즈니-스튜디오 픽사 연합이 독점해왔던 분야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 이 부문 트로피는 가져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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