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추가 구속 예감에... "김수남 전 총장이 나서달라"

입력
2023.03.15 20:00
수정
2023.03.15 22:02
10면
구독

김만배 390억 재산 은닉 공소장 보니
김수남 소개 변호사는 '집사 역할'로
김씨-측근 수익 은닉 과정 관여 정황
정치권에 '걱정 말라' 메시지 전달도
해당 변호사 "은닉에 불법 관여 없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연합뉴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연합뉴스

대장동 비리 수사와 재판을 받던 김만배씨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측에 자신의 구속 연장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나타났다. 김 전 총장 소개로 김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김씨의 '집사' 역할을 하며 김씨와 범죄수익 은닉 공모자들 사이에서 창구로 활용된 흔적도 드러났다.

15일 한국일보가 분석한 김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 관련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대장동 수사가 임박한 2021년 9월 14일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김 전 총장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엿새 뒤 김씨는 김 전 총장으로부터 검찰 간부 출신 A변호사 등 김 전 총장 소속 법무법인 변호사들을 소개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배임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2022년 4, 5월 A변호사에게 검찰 수사와 관련해 김 전 총장이 직접 나서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구속 만기를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김씨가 김 전 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씨는 석방되지 않았고 수감생활을 계속했다.

압수수색 당일 추징보전 대비

김씨는 대장동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뺏기지 않으려고 검찰 수사 초기부터 A변호사 등과 기민하게 대응했고, 측근들을 통해 390억 원대 범죄수익 은닉을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씨는 검찰 압수수색이 있던 2021년 9월 29일 측근인 최우향씨와 통화하며 A변호사에게 검찰의 추징보전에 따른 계좌 동결에 대비해 화천대유로부터 500억 원을 배당받는 방안을 논의토록 지시했다.

김씨는 며칠 뒤 A변호사에게 "검찰에 재산을 유출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추징보전을 청구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검토 결과를 보고받았다. 김씨는 그러나 측근인 이한성씨에게 500억 원 배당을 지시하고 수원시 오목천동 농지를 사들였다. 김씨는 2021년 8월부터 '알박기'로 농지를 사들이면서 대장동 같은 개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5, 6월 경기도 2급 공무원인 AI산업전략관 K씨와 검사장 출신 B변호사 등과 함께 오목천동 일대 개발을 추진하며 B변호사 등에게 신설 법인의 지분을 줄 뜻을 밝히기도 했다. K씨는 평소 김씨 도움으로 경기도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변호사가 세무 동향 파악에 정치권 창구도

A변호사는 2021년 11월 4일 김씨가 구속된 뒤 수시로 변호인 접견을 이용해 성남시 인사들의 수사 상황과 부동산 개발 인·허가 진행 상황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A변호사는 김씨 측근(이한성·최우향)의 범죄수익 은닉 및 처분과 관련한 보고사항을 김씨에게 전하고, 김씨 지시를 다시 측근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했다. A변호사는 세무조사 동향도 파악해 김씨에게 알려줬다.

검찰은 A변호사가 김씨의 정치권 대화 창구 역할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김씨가 A변호사를 통해 정치권 인사에게 '걱정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A변호사는 이후 '캠프에서 잘 챙기니 걱정 마라. 정진상은 절대 출석하지 않을 것'이란 정치권 인사의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정씨를 상대로 김씨와 연 20회 이상 통화한 이유를 조사했다. 김씨는 A변호사에게 이와 관련한 조사 내용을 보고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그 무렵 정영학 녹취록이 언론에 나오자 "대선까지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화도 나눴다고 한다.

A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재산 은닉 등에) 불법 관여한 사실이 없고, 정치권과 연락한 바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관련해 A변호사를 입건하진 않았지만, 향후 소환 조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손현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