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흑해 상공 미·러 충돌에 "푸틴 확전의도"…러시아는 진화 나서

입력
2023.03.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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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후 첫 미국·러시아 군 충돌에
우크라이나 "확전 준비됐단 신호"
부인한 러시아 "대화로 국익 수호"

아나톨리 안토노프(가운데) 주미 러시아 대사가 14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캐런 돈프리드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와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워싱턴DC=AP 연합뉴스

아나톨리 안토노프(가운데) 주미 러시아 대사가 14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캐런 돈프리드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와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워싱턴DC=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미국 무인기와 충돌해 무인기가 추락한 사고를 두고 "러시아가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며 비난에 나섰다. 러시아는 고의적인 위협을 했다는 미국의 반발을 부인하면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C) 서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추락 사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분쟁을 다른 당사자로 확장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올인' 전략의 목적은 언제나 판돈을 키우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줄어든 러시아가 협상용으로 꺼내든 협박 카드라는 것이다.

전날 오전 크림반도 인근 흑해 상공에서 일상적인 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미국 무인기 MQ-9 '리퍼'에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 2대가 접근했다고 미국 국방부는 밝혔다. 이들 전투기는 30~40분간 주변을 선회하며 무인기 위에 연료를 뿌려대는 등 고의적 위협을 했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결국 Su-27 1대가 MQ-9 프로펠러를 들이받으며 비행 불능 상태가 되자 무인기 조종사가 해상 추락을 유도했다.

냉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 공군기가 충돌해 한쪽이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지만, 러시아는 "러시아 설정 공역 경계를 침범한 무인기가 통제불능 상태에서 수면과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전투기의 접촉은 아예 없었고, 미국 무인기는 스스로 추락했다는 주장이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무인기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용 첩보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에 전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는 추락의 진실을 밝히려 '기밀 해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으로 미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면서도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화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추락 사건에 대해 "양국 관계가 아마도 최저점, 매우 나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각국은 대화를 통해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결코 건설적 대화를 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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