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미제' 백 경사 살해사건··· 경찰 "대전 은행강도 범인 소행"

입력
2023.03.16 17:03
수정
2023.03.16 17:38

경찰, 이승만·이정학 유력 용의자 지목

전북경찰청사 전경.

전북경찰청사 전경.

사건 발생 21년 만에 권총이 발견되면서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대전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백 경사 피살사건은 대전 은행강도 살인 사건 범인의 소행으로 확신한다"면서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최소한 둘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형사과장이 언급한 두 명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시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를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 과장 김모(당시 45세) 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이승만과 이정학이다.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들은 지난달 1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이승만으로부터 '사라진 백 경사 총기의 소재를 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고, 백 경사 피살사건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후 지난 3일 이승만이 말한 울산시 한 여관방 천장에서 총기를 발견하고 수감 중인 이승만과 이정학을 4차례씩 조사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백 경사를 살해한 것은 자신이 아니다"라며 서로에게 범행을 떠넘기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그동안 저지른 범행을 시계열 순으로 분석했을 때 백 경사 피살사건이 추후 또 다른 범행을 위한 예비선상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0월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총기를 탈취했고, 두 달 만에 이 총기를 이용해 은행강도를 저질렀다. 이후 2002년 9월 백 경사가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뒤 총기를 빼앗겼는데, 이승만은 2003년 1월 대전시 중구 한 쇼핑몰에 세워진 4억7,000만 원이 실린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해 달아났다.

경찰관에게 총기를 빼앗은 다음에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른 패턴으로 미뤄볼 때, 이승만과 이정학 중 최소한 한 명은 백 경사 피살에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 과장은 "숨진 백 경사 몸에서 발견된 상흔도 원한 관계보다는 총기를 빼앗기 위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적으로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은 얼굴 등에 상처가 집중되거나 짓밟힌 흔적 등이 있는데, 백 경사에게는 일부 흉기를 방어한 상처는 있지만 그런 형태의 상흔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승만과 이정학은 어릴 적에는 대구에 살았으나 이후 대전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충남 논산에서 불법 음반 판매를 하며 전북을 종종 찾았다"며 "대전과 전주에서 연달아 범행을 저질렀을 지리적 연관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백 경사 피살사건은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께 전주 금암2파출소에서 발생한 장기 미제 사건이다. 추석 연휴에 홀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백 경사는 온몸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동료 경찰관에게 발견됐고, 범인은 백 경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20대 3명을 붙잡았지만, 이들은 "경찰 구타로 허위 자백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이후로도 사라진 권총과 실탄을 찾기 위해 주변을 수색했으나 찾지 못해 사건의 실체는 20년 넘도록 미궁에 빠져 있었다. 전북경찰청은 장기 미제로 남은 백 경사 피살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최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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