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60만 명 찾는 '엘프필하모니'처럼...여의도에 '제2세종문화회관' 짓는다

입력
2023.03.20 18:00
수정
2023.03.20 19: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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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창고에서 공연장으로 거듭난 엘프필하모니
항구도시 함부르크도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해
오세훈 시장 "제2세종문화회관에 개방 공간 마련"

독일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 1966년 지어진 카카오 보관 창고를 리모델링해 2017년 공연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 제공

독일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 1966년 지어진 카카오 보관 창고를 리모델링해 2017년 공연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 제공

위대한 음악가 브람스가 태어난 독일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선 엘베강 주변 어디서나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가 한눈에 들어온다. 50년 넘은 붉은색 벽돌 창고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대형 유리 구조물을 지어 올린 파격적 설계로 유명한 건축물이다. 우아한 선율인 듯, 넘실거리는 파도인 듯, 하늘로 굽이굽이 솟은 독특한 디자인은 쇠락한 도시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꿨다.

압권은 기존 건물과 새 건물 사이 8층에 탁 트인 광장으로 조성된 전망대 ‘플라자’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완만해지는 곡선형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플라자에 도착하면, 함부르크 시내와 엘베강 항구 전경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공연을 보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된다. 2018~2019시즌 관람객 360만 명 중 270만 명이 플라자 방문객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시민 사랑받으며 도시의 얼굴이 된 엘프필하모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들어설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들어설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서울시 제공

18일(현지시간) 엘프필하모니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료 관객만이 아니라 누구나 문화적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 크게 와닿는다”며 “제2세종문화회관에도 이런 공용 공간을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단지 공간만 있어서는 안 되고 엘프필하모니처럼 입구부터 개방해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서울 여의도공원에 들어선다. 2,000석 규모 대공연장과 400석짜리 소공연장, 문화교육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그에 따라 여의도공원도 새 단장을 한다. 공원을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 샛강과 맞닿은 구역은 생태공원으로, 중심부는 국제금융지구와 연계되는 다목적 잔디광장으로 꾸며진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한강공원과 인접한 구역에 세워져 수변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서울시는 상반기 중에 설계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산에 맞춰 디자인을 하는 관행을 깨고, 디자인에 맞춰 사업비를 책정하기로 했다. 그만큼 건축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공연장은 도시의 품격과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독일 함부르크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 풍경. 김표향 기자

독일 함부르크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 풍경. 김표향 기자

엘프필하모니는 잘 지은 문화시설이 도시 브랜드를 어떻게 바꾸는지 증명했다. 함부르크는 여느 항만도시들처럼 환락가, 유흥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엘프필하모니가 들어선 후 문화예술의 본고장이자 음악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건축물이 도시의 격을 끌어올린 셈이다. 크리스토퍼 리벤 슈터 엘프필하모니 사장은 “음악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라며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나 팝 공연도 하는데 음악가들이 공연장에 맞게 음악을 편곡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음향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2,100석 규모 ‘그랜드홀’은 객석이 무대를 감싸고 있는 비니어드(유럽 포도밭) 형식으로, 석고 재질 벽체에 오목하게 파인 무늬들이 잔향을 흡수해 더욱 선명하고 풍성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해마다 50여 차례 열린다.

재개발 순탄치 않았지만… 혁신적 도시 설계로 각광

독일 함부르크 수변 재개발 정책인 '하펜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재정비된 주거지와 거리. 서울시 제공

독일 함부르크 수변 재개발 정책인 '하펜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재정비된 주거지와 거리. 서울시 제공

엘프필하모니가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기존 창고 건물 위에 20만 톤에 달하는 유리 건물을 올리는 전례 없는 건축 탓에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다. 신축 건물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창고 내부를 비우고 지반 보강 공사부터 다시 해야 했다. 건설 기간은 초기 계획보다 3배 늘어난 10년이 소요됐고, 총건설비는 8억6,000만 유로(약 1조 원)로 10배나 더 들어갔다. 함부르크 시당국과 건축회사 간 법정 공방으로 공사가 1년 반 넘게 중단된 위기도 겪었다. 리벤 슈터 사장은 “원래 계획보다 큰 비용이 들어가면서 거센 비판도 받았지만, 개관한 이후로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엘프필하모니는 수변도시 재개발 혁신 사례로 손꼽히는 ‘하펜시티 프로젝트’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오래된 항구 인근 창고나 공장을 사무실, 호텔, 상점, 거주공간으로 되살려 주거, 문화, 상업이 어우러진 최첨단 복합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사업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만조 때 침수와 홍수를 고려해 지면을 해수면보다 7.5m 이상 높이고, 건물 1층은 주거를 금지하는 등 기후까지 고려한 정책이 눈길을 끈다. 하펜시티를 둘러본 오 시장은 “한강은 잦은 범람으로 개발이 더뎠다”며 “홍수를 전제로 도시를 설계한 하펜시티 사례를 적극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부르크=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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