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에서 바느질 수업을… 광주 북구 평생학습 파격 '눈에 띄네'

입력
2023.03.20 16:51
수정
2023.03.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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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유휴 공간 50개 발굴해 제공
강사도 수강생도 동네 주민이 도맡아
"코로나19로 해체된 이웃 문화 복원"

광주시 북구가 도심 속 버러진 공간을 재활용해 마련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광주시 북구 연제동 한 부동산에서 지역주민들이 바느질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시 북구 제공

광주시 북구가 도심 속 버러진 공간을 재활용해 마련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광주시 북구 연제동 한 부동산에서 지역주민들이 바느질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시 북구 제공

광주광역시 북구 양산동에 사는 마을활동가 김옥진(51)씨는 지난해 4~12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동네 복덕방에서 '바느질'을 배웠다. 공인중개사가 사용하지 않던 사무실 한쪽 구석을 바느질 강의실로 무료 제공한 것이다. 강사는 같은 아파트 주민이었다. 수강생은 10여 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가 세상을 옥죄던 당시 김씨는 용기를 내 주민들과 함께 배움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문을 연 곳은 북구청이 마련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월 데이 클래스'였다. 김씨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지역 모임이 모두 사라지고 지역 공동체도 해체 수준이었다"며 "이를 다시 복원시켜 준 것이 월 데이 클래스였다"고 호평했다.

광주 북구가 도심 속 유휴 공간을 평생학습장으로 재활용하는 '북평 학숲소 월 데이 클래스'가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북평 학숲소는 북구의 카페, 공방, 갤러리, 공원, 골목 등 평소 쓰지 않고 놀리는 공간을 활용, 평생학습 장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북구에서 평생 배우는 학습의 숲'이란 뜻이 담겼다.

학숲소는 기존 평생학습 시스템을 과감히 깼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주민들이 평생학습 과목을 수강하려면 발품을 팔아 평생학습관이나 지원 사업 기관을 찾아가야 하는데, 학숲소는 그런 번거로움을 없앴다. 북구는 주민들의 생활 터전과 일터를 중심으로 유휴 공간을 확보해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찾아가는 평생학습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그간 생각하지도 못했던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다수 생겨났다. 십자수부터 민화 그리기, 샌드위치 만들기, 전래놀이, 팽이 놀이, 종이접기, 팝아트, 감자 심기, 캘리그래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지난해에만 무려 250개 강좌에 1,410명이 참여했다. 북구는 올해엔 규모를 더 늘려 350개 강의를 동네 구석구석에서 열 계획이다.

이처럼 사람과 학습이 모여 순환하는 평생학습 생태계 조성되면서 동네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김씨는 "북평학숲소 덕분에 동네 이웃과 수다를 떨고 음식도 나눠 먹는 정감이 있는 이웃 문화가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월 데이 클래스 학숲소는 도시재생사 실습터로도 활용된다. 재봉틀 강사로 북평학숲소에 참여한 서주연(37)씨는 "양한 유형의 유휴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문화예술을 접목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며 "터와 일터 가까운 곳에서 자연스레 학습이 이뤄지는 공간이 마련됐다" 설명했다.

북구 관계자는 "시에 자리 잡은 수많은 골목길처럼 배움의 영역은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북평학숲소의 취지"며 "도심 속에 방치된 유휴 공간들은 얼마든지 새로운 가능성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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