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 집권' 서로 지지한 시진핑·푸틴..."2030년까지 계속 손잡자"

입력
2023.03.21 20:00
수정
2023.03.21 20:5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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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단독 회담서 '장기 집권' 서로 지지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단독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단독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전략적 협력에 대한 의지를 과시했다. 두 정상은 서로의 '초장기 집권'을 지지하며 굳건한 '반미(反美) 연대'를 확인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해법에 대해선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한 시 주석은 첫 일정으로 푸틴 대통령과 4시간 30분가량 비공식 양자 회담을 가졌다. 21일 공식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는 상태에서 밀착 행보를 한 것이다.

시진핑 "대화 포기해선 안 돼"...푸틴 "중국 역할 환영"

20일 회담에서 시 주석은 전쟁과 관련해 "어려움이 클수록 평화가 필요하고, 갈등이 첨예할수록 대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국가가 긴장 완화를 지지하고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최근 국제 분쟁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쟁 개전 1년째인 지난달 '조속한 협상 개최'를 골자로 한 전쟁 중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발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러시아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는 '립 서비스'에 가깝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는 대화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반대한다"며 전쟁 장기화의 책임을 회피했다. 러시아군 철수와 점령지 반환 문제 등 휴전 협상의 전제 조건이 이날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쌍방 장기 집권 지지...2030년 경협 계획도 예고

두 정상은 대신 반미 연대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의 연장을 예고했다. 회담 전 러시아 정부는 "두 정상이 21일 회담에서 '새 시대 포괄적 협력관계 및 전략적 상호작용 심화에 대한 양국 공동 성명'과 '2030년까지 양국 경제 협력의 핵심 분야를 발전시킬 계획에 관한 성명' 등 2개 중요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이 '2030년'을 못 박은 것은 그때까지 서로가 집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국가주석직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의 이번 임기는 2028년에 끝난다. 2030년까지 집권하려면 4연임에 성공해야 한다. 2000년 권좌에 오른 푸틴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실제 두 정상은 서로의 장기 집권을 응원하는 듯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강력한 영도 아래 중국은 반드시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국가주석 3연임을 축하했다. 시 주석은 내년 러시아 대선 일정을 언급하며 "러시아 국민들은 반드시 강한 영도를 보여 온 당신에게 계속해서 지지를 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시 주석은 21일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를 만나 "올해 중국이 '제3차 일대일로 정상 포럼' 을 개최한다. 푸틴 대통령이 편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도록 초청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 "중·러 밀착은 정략결혼" 비판

미국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대화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시 주석의 '전쟁 중재 드라이브'에 대해 20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 남겨 두는 휴전 요구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철군이 전제되지 않는 휴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서 시 주석을 구명줄로 여길 것"이라며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은 애정이라기보다는 정략결혼"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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