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 64, 60, 48.5시간…똑같은 근로시간 개편안인데 숫자 제각각인 이유는?

입력
2023.03.23 04:30
수정
2023.03.23 09:5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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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주 69시간, 64시간, 60시간, 48.5시간.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다양한 숫자가 등장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개편안이 '최대 주 69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계산이 나와 여론의 역풍을 맞자, 고용노동부는 극단적인 가정으로 생긴 오해로 '주 평균 48.5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근로자의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며 근로시간 상한을 언급하기도 했다.

똑같은 근로시간 개편안인데도, 서로 엇갈리는 숫자가 등장하는 것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기존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 적용할 경우 생기는 변화 때문이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개편안 재검토 지시가 내려진 후 '주 평균 48.5시간'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현재 주 최대 52시간으로 묶인 근로시간을 풀어 선택지를 넓히는 것으로, 최대 주 평균 48.5시간으로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이 말하는 '주 평균 48.5시간'은 연장근로 총량을 1년 단위로 유연화했을 경우 나오는 계산이다. 현재 '1주 12시간'으로 고정된 연장근로 시간을 유연화할 경우 산술적으로 1년간 총 625시간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지만, 고용부는 30% 감축해 최대 440시간만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연 440시간을 주 평균으로 계산하면 8.5시간이고, 기본 근무시간(40시간)에 더하면 평균 48.5시간이 나온다. 기존 안을 유지하더라도 현행 '주 52시간'보다 근로시간이 감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계산법이다.

다만 연 단위로 연장근무를 유연화하더라도 1주 최대 근무 가능한 시간은 69시간이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주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근로시간 개편 점검 관련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근로시간 개편 점검 관련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주 최대 69시간' 프레임에 대응해 고용부가 '주 평균 48.5시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제시한 '주 최대 60시간' 가이드라인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와는 상관없는 숫자다. 기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서 계산 가능한 '69시간', '64시간', '48.5시간'과 달리 '60시간'은 계산으로 나오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과로사 인정 기준(12주 평균 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일 경우 과로사 개연성 큼)이나 △지난해 일몰 폐지된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주 최대 근로시간 규정(52시간+8시간 추가 연장근로)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주 60시간 상한'을 두기 위해서는 주 최대 근로시간 '캡'을 씌우거나 연속휴식 시간을 늘리는 등, 기존 안 수정이 불가피하다.

고용부는 일단 기존 개편안 폐기보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여론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이 장관과 두 번째 공식 만남을 가진 MZ노조 협의체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개편안 반대라는)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며 "60시간 상한이 이전 안(최대 69시간)보다는 낫겠지만, 이도 결국은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 안에 대한 일종의 대응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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