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 논란에 '극우'가 웃는다... 존재감 더 커진 르펜

입력
2023.03.23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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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등 과격 표현에 "국민투표" 제안도
마크롱 궁지로... 연금개혁 국면 '톡톡히' 활용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가운데) 의원이 16일 프랑스 파리의 의사당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가운데) 의원이 16일 프랑스 파리의 의사당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최우선 국정 과제 해결이 코앞이다. 그러나 정치적 입지는 부쩍 좁아졌다. 연금 개혁 입법을 밀어붙인 결과, 이제는 본인 서명만 남겨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얘기다. 그런데 좀처럼 식지 않는 여론의 반발을 지켜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이도 있다. 바로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 의원이다.

연금 개혁 입법 과정에서 르펜 의원은 지난해 4월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급격히 커진 자신의 존재감을 십분 활용했다. 마크롱 정부를 비판하고 국민적 분노를 자극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프랑스 정계와 언론은 "연금 개혁에 따른 대혼란이 르펜의 입지를 굳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각 불신임안 내고 국민투표 제안... 국면 이끄는 르펜

르펜 의원은 2027년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해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3.15%를 기록, 마크롱 대통령(27.85%)과 결선에서 맞붙었다. 같은 해 6월 총선에선 5년 전(8석)의 10배인 89석을 확보하는 대성공을 이끌었다. 극우 성향인 국민연합이 정통 보수 정당(공화당)을 제치고 '보수의 기둥'으로 우뚝 서게 만든 1등 공신이기도 하다.

연금 개혁 국면은 르펜 의원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날개를 달아 줬다. 그는 마크롱 정부를 계속 궁지로 몰아갔다.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혁 법안의 의회 표결을 건너뛰기 위해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하자, 르펜 의원은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내각 불신임안 부결 이후엔 즉각 "정부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또, "연금 개혁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향후 전략도 제시했다.

특히 과격하고 자극적인 언어는 마크롱 정부에 대한 국민들 분노에 기름을 부으며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정부의 의회 표결 절차 생략 당시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라며 목소리를 높인 게 대표적이다. 지금도 르펜 의원은 국민들에게 "거리에서 더 싸워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사회적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며 "대중의 분노는 꺼지지 않을 것이고, 나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린 르펜(왼쪽) 프랑스 국민연합 의원이 21일 수도 파리의 의사당 하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마린 르펜(왼쪽) 프랑스 국민연합 의원이 21일 수도 파리의 의사당 하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마크롱 질주가 르펜엔 호재... "극우 지지자 늘어날라" 우려

거센 논란을 부른 연금 개혁 국면 탓에 중하위 계층 시민들이 국민연합 지지 세력에 편입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패배주의를 부추겨 극단적 개인주의를 지향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안은 특히 여성, 저소득자 등 노동계 약자에게 더 불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브루노 팔리에 파리 시앙스포대 유럽연구센터 연구원은 "(연금 개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때와 유사하게 극우 정당 표를 늘릴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르펜 의원에겐 호재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생중계된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거듭 연금 개혁 의지를 피력하면서 올해 말까지는 시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단기적인 여론 조사 결과와 국가의 일반적 이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며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야권의 요구도 거절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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