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현금 담긴 현대백화점 꽃무늬 쇼핑백 가져가" 남욱 법정 증언

입력
2023.03.28 18:20
수정
2023.03.30 10: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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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김용 불법 정치자금 재판 증인 출석
"김용, 김만배 현금 가져가... 자금 조성 계기"
정치자금 조성 경위와 전후 사정 상세 진술
"김만배, 이재명 사건 무마 도와... 의지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남욱 변호사. 뉴스1·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남욱 변호사. 뉴스1·뉴시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이 조성한 돈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흘러들어 간 구체적인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2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현금을 받아갔고, 이 돈은 김만배씨로부터 나왔을 것이라고 남욱 변호사는 추측했다.

남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남 변호사는 2021년 4~8월 경기 안양 박달동 스마트밸리 사업권 취득 등을 위해 8억4,700만 원을 유 전 본부장 등을 통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 변호사는 이날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남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하기 전의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남 변호사는 2021년 2월 4일 경기 성남 판교동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부터 "김용이 돈을 받으러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김 전 부원장이 빈손으로 왔다가 현대백화점 꽃무늬 쇼핑백을 가져가는 모습을 흡연실에서 봤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씨가 같은 해 1월 유 전 본부장에게 줬다는 현금 1억 원 중 일부로 알고 있고, 1억 원보단 적어 보였다"며 "그 돈이 '(천화동인 1호 배당금) 428억 원 중 일부'라고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가 언급한 '1억 원'은 유 전 본부장의 뇌물 혐의와 연관이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11월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중에는 2021년 1월 김씨로부터 뇌물 5억 원(수표 4억 원·현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도 있었다. 김 전 부원장이 가져간 돈의 출처가 김씨라는 게 남 변호사 주장이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당시 유원홀딩스에서 가져간 돈이 "7,000만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이 돈을 가져가는 모습이 (향후 김용에게 전달할 돈을 조성하는 데) 영향을 줬다"며 정치자금을 직접 조성한 경위도 상세히 진술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2021년 3월 이재명 대표 선거를 위해 20억 원을 구해줄 수 있는지 물어서 '15억 원을 마련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후 2021년 5월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부원장과의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들은 뒤 5억 원을 빌려서 줬다고도 했다. 돈을 마련한 동기에 대해선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군 장성을 통해 (박달동 사업을) 도와줄 수 있다'고 약속했다"며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맞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대책을 세운 정황도 진술했다. 남 변호사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으로 난리가 났을 때 경선자금을 준 게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봤다"며 "자금 전달책이던 측근 이모씨에게 '우리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며 자금을 전달한 날짜와 금액을 적어둘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2021년 말 대장동 의혹이 커진 후 정민용 전 팀장을 통해 김 전 부원장과 접촉한 이유에 대해서도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4년 성남시장 재선 전후로 김만배씨에게 의지했다고도 했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고위 법조인들을 많이 알았는데, 이 대표 관련 고소·고발 사건 무마하는 걸 도왔다"며 "도움이 결과로 나오기도 해서 이 대표가 2014년 6월에는 김씨에게 꽤 많이 의지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김씨를 잘 모른다"는 이 대표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남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스피커폰을 통해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거나, 경선자금을 요청했다거나, 광주에 있는 누군가에게 1억 원을 급하게 줘야 한다는 식의 말을 직접 들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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