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까지 손댄 일본 교과서… "한반도 영향력 약화해 서술"

입력
2023.03.29 16:07
수정
2023.03.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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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재단, 전문가 세미나…"러일전쟁 등 제대로 가르쳐야" 지적도

29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23년도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분석 전문가 세미나 참석자가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검정교과서에는 '징병' 대신 '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독도는 '한국이 불법 점거'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연합뉴스

29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23년도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분석 전문가 세미나 참석자가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검정교과서에는 '징병' 대신 '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독도는 '한국이 불법 점거'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연합뉴스

일본 초등학교의 여러 교과서가 고대사에서 한국이 일본에 미친 영향을 축소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표기하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수정한 것은 물론이고 역사 전반을 자국 중심으로 고치려는 역사수정주의적 의도가 짙어지고 있음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29일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열린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분석 세미나’에서 나온 분석이다.

재단 소속 위가야 연구원이 2019년과 2023년 교과서를 비교한 결과 여러 교과서에서 5, 6세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문화에 영향을 준 ‘도래인’(度來人)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서적은 ‘도래인이 전했다고 생각되는 철기ㆍ청동기ㆍ삼베나 비단으로 만든 천 등이 출토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을 ‘대륙에서 전했다고 생각되는 철기ㆍ청동기ㆍ삼베나 비단으로 만든 천 등’으로 수정했다.

일본문교출판은 “나라현에 있는 다카마쓰즈카 고분의 벽화와 후지노키 고분에서 출토된 신발을 봐도 중국이나 조선과의 깊은 관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조선과의 관계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발견되고 있습니다”라고 고쳤다. “소가씨처럼 도래인과 결합을 강화해 힘을 갖는 호족도 나왔습니다”라는 문장은 아예 삭제했다. 위 연구원은 “소가씨 삭제 등은 일본 고대문화 및 정치세력의 독자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도래인’을 빼고 ‘대륙’을 추가한 도쿄서적 교과서 분석 내용.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도래인’을 빼고 ‘대륙’을 추가한 도쿄서적 교과서 분석 내용.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러ㆍ일 전쟁도 자국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일본문교출판은 “유럽국가인 러시아에 승리”를 “대국인 러시아에 승리”로 수정했다. 러일 전쟁 원인에는 “만주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위기”라는 문장을 넣었다. 전쟁을 벌인 당위성을 부각하면서 러시아를 대국으로 강조해 러일 전쟁 성과를 드높인 것이다. 위 연구원은 “일본 승리가 ‘구미제국 지배하에 있던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독립에 대한 자각과 희망을 주었다’고 서술해 전쟁의 결과를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강제병합, 식민지 지배 관련 사실도 여러 군데를 수정했다. 도쿄서적은 “조선의 역사는 가르치지 않고 사람들의 자긍심이 깊게 상처받게 되었습니다”를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었습니다”로 바꿨다. 식민지 교육을 향한 조선인의 민족 감정 관련 서술을 삭제해 식민 지배의 침탈성을 약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피하고 싶은 역사도 정확히 기술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 재단 연구위원은 "이들 전쟁(청일ㆍ러일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고, 왜 나쁜 전쟁인지, 전쟁의 의미와 결과가 무엇인지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며 "이를 가르치지 않은 것 또한 교과서 왜곡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조윤수 재단 교과서연구센터장은 "교과서는 한일 양국의 역사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향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전문적인 시각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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