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맥아 '켈리'와 호주 맥아 '테라'의 연합작전…하이트진로가 꺼낸 1위 탈환 카드

입력
2023.03.31 0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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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신제품 라거 맥주 '켈리' 공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간담회 열어
부드러움+탄산 동시에 느낄 수 있어
테라와 동시 판매…시너지 효과 기대

3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 겸 미디어데이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켈리를 개발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소라 기자

3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 겸 미디어데이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켈리를 개발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소라 기자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변하고자 하면 살고, 안주하고자 하면 죽는다)의 각오로 미래의 길을 개척하려 합니다. 테라에 안주하지 않고, 켈리로 또 한번 돌풍을 일으켜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습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3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새 라거 맥주 '켈리'를 개발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표 제품 테라가 연평균 판매량 23%씩 성장하며 시장에 안착했지만, 한 해 120개씩 새 제품이 쏟아지는 '초경쟁 시대'에 1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한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다음 달 4일 출시될 켈리와 기존 테라를 동시에 앞세운 연합작전으로 10년 동안 왕좌를 지켜온 오비맥주를 제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테라 출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경기 불황이 닥치면서 애초 목표했던 시장 1위에 도달하지 못해 켈리로 분위기를 전환시켜 보겠다는 계산이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이사는 "이전엔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제조사가 소비자의 욕구를 예측하고 혁신적 제품을 먼저 선보여야 한다"며 "켈리는 맥주 시장에 대한 소비자 기대와 요구를 관찰하고 오랫동안 연구했다"고 말했다. 오성택 마케팅실 상무는 "밀가루나 구두약이 맥주(곰표·말표 맥주)가 되는 시대에 단순히 재미로 쉽게 만들고 빠르게 사라지는 맥주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집요하게 맥주의 품질이라는 본질만 추구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덴마크 맥아 쓰고 두 번 숙성…부드럽고 청량하게 '두 가지' 충족

하이트진로의 라거 맥주 신제품 켈리 제품 이미지.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의 라거 맥주 신제품 켈리 제품 이미지. 하이트진로 제공


켈리는 기존과 다른 원료와 공법을 적용한 라거 맥주다. 호주산 맥아를 쓴 테라와 달리 덴마크 해풍을 맞고 자란 맥아 100%를 사용했고, 두 번의 숙성 과정을 거쳐 풍미를 살렸다. 알코올 도수는 테라보다 0.1도 낮아진 4.5도, 출고가는 기존 제품과 동일하다.

특히 켈리는 첫 맛은 묵직하게, 끝 맛은 탄산감이 느껴지게 만들어 부드러움과 청량함이라는 상반된 취향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설명이다. 일반 맥아보다 24시간 더 발아시키는 '슬로우 발아' 공법을 적용해 부드러운 맛을 살렸고, 섭씨 7도에서 1차 숙성한 뒤, 영하 1.5도에서 한 번 더 숙성시키는 '더블 숙성' 공법으로 강렬한 탄산감까지 구현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 폭탄주를 염두에 두고 만들지는 않았다면서도, 내심 '테슬라'(테라+참이슬)처럼 유흥시장에서 폭탄주로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을 동시 판매해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처럼, 켈리와 테라도 같은 라거 맥주지만 상품으로서 각각의 역할이 달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 상무는 "켈리가 테라의 점유율을 빼앗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경쟁사의 점유율이 크기 때문에 충분히 타사의 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다고 본다"며 "켈리의 시장 점유율을 최단 기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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