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아… 늘 '결국 일어서자'고 말해요"

입력
2023.05.17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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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대중을 위로하는 싱어송라이터 심규선
지난달 24일 싱글 음반 '페리윙클 블루' 발매
"우울함 인정해야 삶의 의지도 깨달을 수 있어"

지난달 24일 싱글 음반 '페리윙클 블루'를 발매한 가수 심규선(37). 헤아릴 규 제공

지난달 24일 싱글 음반 '페리윙클 블루'를 발매한 가수 심규선(37). 헤아릴 규 제공

낮은 음역대의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싱어송라이터 심규선(37)이 지난달 24일 싱글 음반 '페리윙클 블루'로 팬들을 찾았다. 2005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등장한 그는 2011년 작곡가 한 명에 객원보컬로 구성된 그룹 '에피톤프로젝트'에 보컬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시기 부른 발라드곡 '오늘'과 '부디'는 후배 가수들에게 자주 리메이크될 정도로 사랑을 받는다. 심규선은 2011년 정규 1집 '자기만의 방' 이래 꾸준히 음반을 내왔는데 특히 1인 레이블을 차린 이후 최근 5년간 발표한 앨범 '환상소곡집' 시리즈, '월령' 시리즈 등은 강렬한 가사와 몽환적인 분위기로 '심규선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파란색과 보라색을 섞은 듯한 오묘한 색을 뜻하는 '페리윙클 블루'는 사랑스러운 봄 노래. 그럼에도 팬데믹, 혐오, 불안으로 인한 시대적 우울이 곡의 전반적 정조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우울함을 느끼는 건 나쁜 게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무책임한 설득은 경계... 우울함을 인정하는 위로"

지난달 24일 가수 심규선(37)이 발매한 싱글 음반 '페리윙클 블루' 재킷 사진. 헤아릴 규 제공

지난달 24일 가수 심규선(37)이 발매한 싱글 음반 '페리윙클 블루' 재킷 사진. 헤아릴 규 제공

심규선의 노래 중에는 우울한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곡이 많다. 하지만 심규선은 "내일이면 다 괜찮아진다고 무책임하게 설득하거나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며 문제를 덮어두려는 식의 가짜 위로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심규선의 위로는 우울함을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의 2018년 곡 '소년에게'에는 "드러내 너의 상처를 / 자랑해 너의 걸어온 날을"이라는 가사가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감정을 숨기거나 부정하는 데 익숙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우울함을 통해 자신의 깊은 내면을 명료하게 마주할 수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신곡 '페리윙클 블루'에도 우울함을 마주하는 대목으로 "조금 우울,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고"라는 가사가 나온다. 우울함을 인정해도 괜찮고, 내면에 강력한 삶의 의지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 대목이다. 그는 "이 가사를 들은 분들이 '조금 우울하지만 살아가고 싶으니까요'라는 반응으로 답해주시더라"며 청자들이 공명한 이야기도 전했다. 슬픈 정서를 담아내는 그의 곡이 다소 어둡게 들릴 수 있지만 이 역시 결국 살아가자는 희망을 일깨우기 위한 설득의 과정이라는 것. 그는 "그간 발표한 100여 곡 중 단 한 곡도 포기로 귀결되는 얘기는 없고 모두 결국 일어서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규선은 하반기에는 정규앨범 발매와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가 답했다. "화려하지 않을 수 있지만, 꾸밈없는 진실함으로 제 작품을 채워나가려 해요. 제 목소리, 영혼을 통해서만 쓰고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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