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 해결에 나선 EU... 우리나라는 '산 넘어 산'

입력
2023.05.10 04:30
15면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설 연휴가 끝난 올해 1월 25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공공재활용센터에 설 연휴 기간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스티로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뉴시스

설 연휴가 끝난 올해 1월 25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공공재활용센터에 설 연휴 기간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스티로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뉴시스

지난해 11월 30일 유럽연합(EU)은 새로운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안을 발표했다. 오랫동안 복잡하게 진행된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 해결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된 반면 시행을 위한 실천적 고민이 새롭게 제기됐다. 발 빠르게 전개되는 EU 정책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흐름을 우리는 어떻게 따라잡을지 걱정이 된다.

EU의 새로운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 2040년까지 재사용 비율 3배 높인다

EU에서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하고 2035년까지 실질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재활용을 5등급으로 구분해 최하위 등급은 2030년부터 판매가 금지된다. 포장 폐기물은 2030년부터 2040년까지 15%를 줄여야 한다. 신선식품이나 야채에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금지된다. 포장재의 재사용 및 리필 목표가 설정돼 2030년부터 테이크아웃 음료의 경우 20%, 음식 10%, 알코올음료 10%(와인 5%), 비알코올음료는 10%의 재사용 및 리필 목표를 충족해야 한다. 온라인 소비에서도 산업계 간 유통에서는 재사용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재사용 및 리필 목표는 2040년까지 품목에 따라 최대 3배까지 높아진다.

재생원료 사용 비율도 대폭 상향 조정됐다. 페트병은 2030년부터 30%, 2040년부터 50%, 기타 플라스틱 재질 음료 용기는 2030년부터 10%, 2040년부터 65%, 음료 외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는 2030년부터 30%, 2040년부터 65% 이상의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신규 규제안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상으로 하고, 적용 시점도 기존 2030년에서 2040년 이후로 확장됐다. 재생원료 사용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소비 후 폐기물로 만든 재생원료(PCR)에 한정된다. 공장 등에서 자투리로 나온 깨끗한 폐기물로 만든 재생원료(PIR)가 아니라 소비 후 폐기물로 배출된 것을 수집해야 재생원료 사용실적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다.

재생원료 3% 달성조차 쉽지 않은 우리나라... 구체적인 로드맵 필요하다

투명 페트병을 선별하는 과정. 환경부 제공

투명 페트병을 선별하는 과정. 환경부 제공

요약하면 일회용 포장재의 감량 및 재사용·리필 목표가 추가되고 재생원료 의무사용 목표가 강화됐다. 감량 및 재사용을 통해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 비율 확대를 통해서 닫힌 고리 순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현재 발표된 내용은 초안이기 때문에 향후 조정이 이뤄질 수 있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페트병 원료 제조사 대상으로 재생원료 3% 사용 규제가 적용되는데, 현재 인프라 여건에서 이 목표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음료 업체에서 재생원료가 사용된 제품을 상반기 내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해외 동향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그나마 재활용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페트병조차 고품질 재생원료 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등바등하는 상황에서 여건이 더 어렵고 복잡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조달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금지 품목 확대, 감량 목표 설정, 용기 재사용 및 리필 목표 설정도 마찬가지다.

EU라고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EU는 장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정하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목표와 자신감,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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