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충돌에 애꿎은 ‘불똥’… 갇힌 채 굶어 죽는 동물들

입력
2023.05.1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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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시작된 분쟁 탓
하르툼 내 동물원 출입 통제
"3주 넘도록 식량 공급 없어"

수단 하르툼대 자연사 박물관장인 사라 압둘라가 공개한 사진에서 버빗원숭이가 우리 안에 앉아있다. 이 원숭이는 수단에서 지난달 일어난 무력 충돌로 죽거나 실종됐을 것으로 우려되는 동물 중 하나다. 하르툼=AP 연합뉴스

수단 하르툼대 자연사 박물관장인 사라 압둘라가 공개한 사진에서 버빗원숭이가 우리 안에 앉아있다. 이 원숭이는 수단에서 지난달 일어난 무력 충돌로 죽거나 실종됐을 것으로 우려되는 동물 중 하나다. 하르툼=AP 연합뉴스

지난달 시작된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분쟁이 격화되면서 피란민만 70만 명을 넘어섰다. 갑작스러운 충돌에 휘말린 건 인간뿐 아니다. 수단의 동물들은 피란도 떠나지 못한 채 그야말로 ‘아사 위기’에 놓였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수단 하르툼대 자연사 박물관의 관장이자 동물학자인 사라 압둘라를 인용해 “최소 100마리의 동물이 울타리 안에 갇혀 음식이나 물 없이 3주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박물관에는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와 버빗원숭이, 나일 모니터로 알려진 왕도마뱀, 사막 거북 등 수단과 남수단의 야생동물이 여럿 살고 있었다. 그러나 전투가 치열한 지역에 있어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무력 충돌 이후로는 접근이 어려워졌다.

압둘라 관장은 “지난달 14일 이후 동물들에게 전달되던 식사나 약 등은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AP통신에 전했다. 양 군벌에 박물관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방치되고 있는 만큼 박물관 내 동물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실종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르툼 대학 출신인 카말 M. 이브라힘 서던일리노이대 생물학 교수는 “충돌이 시작됐을 때 동물들을 풀어줬다면 2주는 걱정 없이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수단 하르툼대 자연사 박물관에서 살던 나일악어의 모습. 나일악어의 평균 수명은 45세지만 이 악어는 올해로 50세를 넘겼다. 하르툼=AP 연합뉴스

수단 하르툼대 자연사 박물관에서 살던 나일악어의 모습. 나일악어의 평균 수명은 45세지만 이 악어는 올해로 50세를 넘겼다. 하르툼=AP 연합뉴스


끝나지 않는 충돌…대통령궁도 파괴

4일 에티오피아 메테마로 몸을 피한 수단 출신 난민들이 앉아있다. 메테마=AFP 연합뉴스

4일 에티오피아 메테마로 몸을 피한 수단 출신 난민들이 앉아있다. 메테마=AFP 연합뉴스

한편, 수단에서 벌어진 교전은 끝나긴커녕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RSF는 전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궁이 정부군 전투기가 쏜 미사일에 맞아 무너졌다”고 밝혔다. RSF는 지난달부터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양 측의 휴전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번 공습이 재를 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쟁을 피하려는 피란민도 급격히 증가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수단 군벌 간 분쟁 발생 이후 지금까지 70만 명 이상의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피란민 수는 불과 일주일 만에 33만 명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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