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광상품 벌써 등장... 내달 북중 국경 전면 재개방"

SCMP "북, 6월 초 국경 재개방할 듯"
도강증 발급 등 육로 무역 재개 징후
단둥 현지선 "당장은 아닐 것" 신중

지난달 30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위치한 중조우의교(왼쪽)와 압록강단교(오른쪽). 두 다리 아래로 흐르는 압록강 너머가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다. 단둥=조영빈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유입 우려로 3년 넘게 국경을 폐쇄해 온 북한이 이르면 다음 달 국경 재개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 접경 지역에선 '6월 북한 관광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SCMP는 북한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국경 재개방 관련 브리핑을 들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1개월 안에 중국과 접한 지역의 국경 문을 다시 열고, 화물차 교역과 인적 왕래를 전면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매체에 "중국 육로 검문소 해관총서(관세청) 직원들이 올해 초 업무에 복귀해 화물차에 대한 도강증 발급 작업을 시작했다"며 "북한은 6월 초 (중국과의 국경을) 재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서 '6월 10일 관광객 입국' 통지받아"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의 여행사 두 곳도 북한 당국으로부터 '6월 10일 관광객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는 통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일부는 이미 국경 재개방을 기정사실로 보고, 내달 중순 시작되는 일정의 북한 관광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 국경 문을 걸어 잠갔고, 북중 간 주요 교역 통로인 신의주~단둥 열차와 화물 트럭 운행도 중단했다. 지난해 9월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긴 했지만, 다른 방식의 육로 교역이나 인적 왕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3년 이상 봉쇄 상태가 유지돼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경 재개방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의 지난 1일 자 사진을 분석해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는 압록강철교(중조우의교) 인근의 중국 측 세관 야적장이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보도했다. 원래 이곳은 신의주로 돌아가고자 대기하는 화물 트럭들의 집결지였지만, 북한이 국경을 닫은 이후부터는 텅 빈 상태였다. 또 다른 북·중 무역 루트인 북한 나선~중국 훈춘의 육로 통행도 최근 간헐적으로 이뤄진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북 제재 우려... '김정은 막판 고심' 해석도

다만 단둥 현지 무역상들의 관측은 엇갈린다. 북중 접경 지역의 한 소식통은 "지난달만 해도 대북 무역상들이 북한으로 보낼 물건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으나, 최근 들어 (국경 재개방이) 당장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문제를 우려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경 재개방 시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북중 무역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팬데믹 시기에 다소 느슨해졌던 제재의 동력이 다시 살아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국경 개방을 위한 물리적 준비는 빨라지고 있는 듯하다"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결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