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 예쁘니, 돈 줄게" 13세 아이에 성적 발언 60대 무죄 왜?

입력
2023.05.13 10:10
수정
2023.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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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은 구별"

법원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원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10대 소녀에게 “몸매가 예쁘다” 같은 성희롱성 발언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던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발언 자체는 부적절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란 취지다.

A(68)씨는 2021년 4월 경남 사천시의 한 공원에서 당시 13세였던 B양에게 5만 원권 지폐를 보여주며, “너는 몸매가 키 크고 예쁘니까 준다. 맛있는 것 사먹어라. 아니면 사줄 테니 따라와라”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주는 등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창원지법 형사1부(부장 김국현)는 최근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성적 학대를 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B양은 앞서 1심 법정에서 A씨 발언에 대해 “성적 수치심은 들지 않았고 조금 무서웠다”, “몸매 이야기를 했을 때 불쾌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 같은 피해자의 법정 진술을 거론하며 “무서움,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은 구별된다”며 “성적 행위를 연상할 표현을 사용했다고 보이지 않고, 신체 접촉도 없었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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