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에버랜드 놀러간 소방관…검은 연기 피어오르자 바로 달려갔다

입력
2023.05.13 15:32
수정
2023.05.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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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소방서 소속 조찬동 소방사
소화전으로 물 분사해 초기 진압 성공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저 같이 행동”

조찬동 소방사와 그가 12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화재 진압 당시 입은 흰색 티셔츠. 연합뉴스

조찬동 소방사와 그가 12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화재 진압 당시 입은 흰색 티셔츠. 연합뉴스

가족과 함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를 찾은 현직 소방관이 화재 현장을 목격하고 신속하게 초기 진화에 나서 큰 피해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인천 송도소방서 소속 조찬동(38) 소방사다.

1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12분쯤 에버랜드 광장 초입에 설치된 13m 높이의 나무조형물(매직트리)에서 불이 났다. 당시 휴일에 네 살 아들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를 방문한 조 소방사는 ‘판다월드(판다 체험공간)’ 입장을 앞두고 아내에게서 “광장 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큰 화재가 발생했음을 직감한 조 소방사는 즉각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당시 진화를 시도하고 있던 에버랜드 자체소방대에 “현직 소방관입니다. 돕겠습니다”라고 밝힌 뒤, 옥외소화전 수관을 잡고 조형물을 향해 물을 뿌렸다. 조 소방사와 소방대의 발 빠른 대처로 불길은 금세 잦아들었다. 뒤이어 현장에 도착한 용인소방서 대원들의 후속 조치와 함께 불은 발생 25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조형물 일부가 소실됐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 소방사는 당시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화재를 진압하느라 티셔츠 곳곳에 검은 얼룩이 생겼다. 에버랜드 측은 갈아입을 티셔츠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그는 “여분의 옷을 챙겨왔다”고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소방사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저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큰 피해 없이 불이 꺼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12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광장에 설치된 13m 나무조형물(매직트리)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불이 난 나무조형물 모습. 뉴시스

12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광장에 설치된 13m 나무조형물(매직트리)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불이 난 나무조형물 모습. 뉴시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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