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신호위반에 아들 잃은 父의 절규…“언제까지 아이들이 죽어야 하느냐”

입력
2023.05.13 16:35
수정
2023.05.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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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초등생 ‘녹색’ 횡단보도 건너다 참변
父, 국회에 “스쿨존 안전장치 강화” 청원
하루 만에 청원 '동의' 1만명 돌파

경기 수원시 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생 조은결(8) 군의 빈소에 12일 추모 발길이 계속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빈소에 놓인 조군의 영정사진. 연합뉴스

경기 수원시 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생 조은결(8) 군의 빈소에 12일 추모 발길이 계속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빈소에 놓인 조군의 영정사진. 연합뉴스

지난 10일 ‘수원 스쿨존 사고’로 숨진 초등학생 조은결(8)군의 아버지라고 밝힌 이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국민 청원서를 올렸다. 그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고 다쳐야 하느냐”며 스쿨존 내 과속 단속 강화, 안전 펜스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 청원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1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서가 올라왔다. 조군의 아버지라고 밝힌 글쓴이는 “이번 사고로 인한 허탈함과 슬픔은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 아이가 희생되기 전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여러 아이들이 숨졌다”며 “언제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고 다쳐야 하고, 가족들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느냐”고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조군은 10일 오후 12시 30분쯤 경기 수원시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우회전하던 시내버스에 치여 숨졌다. 조군이 횡단보도를 건널 당시 보행자 신호는 녹색, 우회전 신호등은 적색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50대 버스기사 A씨는 '일시 정지' 없이 시속 10~20㎞ 속도로 횡단보도를 지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아이를 치었다”고 외치면서 A씨가 사고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차량을 멈췄다고 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공개된 청원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 캡쳐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공개된 청원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 캡쳐

글쓴이는 “어린이보호구역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며 스쿨존 제도 개선 관련 5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교차로 회전구간과 횡단보도 간 거리 확장 △스쿨존 내 펜스 및 안전장치 강화 △운전면허관리법 강화 △스쿨존 내 폐쇄회로(CC)TV 관제 시스템을 통한 신호 위반 및 과속 단속 △안전운전 계도 및 단속 차량에 대한 확실한 조치 등이다. 그는 “우회전을 하자마자 횡단보도가 나타나서 위험하고, 버스기사들은 평소 과속, 신호위반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며 “더욱 충격적인 건 우리 아이가 죽은 그 자리에 여전히 차들이 신호 위반을 하고 달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청원은 공개된 지 하루가 지난 이날 오후 4시 기준 1만1,000여 명 동의를 얻었다. 국회 청원이 올라온 후 30일 안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된다. 이어 심사에서 채택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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