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일 대통령 비판 전단지 떼"… 이태원 참사 용산구청 당직자 증언

입력
2023.05.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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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 첫 공판]
"사전에 안전대책 지시 없었다"

지난해 11월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사전 안전대책 및 사후 조치 등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용산구청 당직사령의 증언이 나왔다.

1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 주재로 박 구청장 및 유승재 전 부구청장 등 4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용산구청 6급 공무원 조모씨는 “재난 신고가 들어오면 절차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전에 핼러윈 참사에 대비한) 교육이나 지시를 받은 기억은 없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8~9시 이태원로 일대 도로에 사람이 많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에 나가려고 했지만, 구청장 비서실장으로부터 ‘구청장 지시니까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으로 가서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떼라’는 전화를 받아 현장에 나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 측 변호인은 이에 “(비서실장이) 구청장 지시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씨는 그러자 "새벽에 전단지 제거를 하겠다고 하니, 비서실장이 구청장님 지시사항이라고 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재난안전상황실 설치 지시 여부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박 구청장 측은 조씨에게 “박 구청장이 사고 현장에서 증인에게 직원을 소집해 상황실을 꾸리라고 지시한 걸 기억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런 기억 없다. 박 구청장과 얘기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조씨가 사고 현장 상황을 진술하면서 오열하기도 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및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최대한 빨리 집중심리를 벌여 사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박 구청장 등의 보석 신청이 접수됐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있기에 허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 측은 이달 9일 보석 신청을 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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