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국회의원, 수전노(守錢奴)일까 포관수(抱官囚)일까

토큰 국회의원, 수전노(守錢奴)일까 포관수(抱官囚)일까

입력
2023.05.18 19:00
25면

편집자주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늘 새롭게 해석된다. 고전을 잘 읽는 법은 지금의 현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 짓는가에 달렸다. 고전을 통해 우리 현실을 조망하고 이야기한다.

삽화=신동준기자


돈의 노예를 거부한 마원 장군
돈·관직에 연연한 역사 인물들
코인 투자 명예회복은 사퇴뿐

중국 후한의 장군 마원(馬援)은 교지(베트남)의 반란을 평정한 명장이다. 젊은 시절에는 엉뚱하고 별난 사람이었다. 형님 셋은 전부 열심히 공부해서 높은 관직에 올랐지만 마원은 공부에 뜻이 없었다. 어쩌다 죄수를 압송하는 관원이 되었는데, 죄수가 불쌍하다며 풀어주고는 북쪽 변방으로 달아났다. 그곳에서 목축을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가축 수천 마리와 쌀 수만 섬을 소유한 부자가 되었다. 그러더니 돌연 전 재산을 친척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는 말했다. "재물을 불리는 이유는 베푸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돈 지키는 노예일 뿐이다(凡殖貨財産,貴其能施賑也,否則守錢虜耳)." '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수전노'의 어원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수전노로 기록된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김인손이다. 그는 서른 살부터 40년 넘게 관직생활을 했는데, 받은 녹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고 한다. 부수입이 짭짤했던 모양이다. 음식 선물이라도 받으면 아까워서 먹지 못하다가 썩어서 먹을 수 없게 되어서야 비로소 버렸다.

수전노는 얼핏 보기에 검소한 것 같다. 윤기의 '수전노를 읊다'라는 시에 나오는 조선시대 수전노의 행태는 이렇다. 새 옷이 아까워 입지 않고 먼지가 덮이도록 걸어놓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빚 장부를 들여다본다. 곡식을 비싸게 팔려고 흉년이 들기를 기원한다. 행여 누가 돈 빌려달랄까 봐 가난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헐값에 물건을 사면 미소를 짓고, 굶주림을 참느라 얼굴을 찌푸린다. 이러니 선비 친구는 한 사람도 없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거간꾼뿐이다.

돈의 노예가 된 사람들의 호칭은 다양하다. 진나라 사람 화교는 재산이 엄청나 황제에 견줄 정도였으나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돈 성애자(錢癖)’라고 불렀다. 양나라 사람 소굉 역시 막대한 재산을 모으고도 쓸 줄 몰랐기에 '돈밖에 모르는 바보(錢愚)' 소리를 들었다. 모두 돈 모으기에 집착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돈은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쓸 줄도 모르면서 모으기에 급급하면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의 노예다.

돈의 노예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직의 노예가 되는 사람도 있다. '포관수'라고 한다. 관직을 품에 안은 죄수라는 말이다. 송나라 시인 황정견의 시에 나온다. "부귀는 내 몸을 윤택하게 만들 수 없으니, 돈 지키는 노예이며 관직 품은 죄수일 뿐."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행태에 대한 일침이다.

본디 관직이란 내 뜻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상황이 적절하면 관직에 나아가고, 부적절하면 물러나야 마땅하다. 이렇게 관직에 얽매이지 않아야 처신이 자유롭고 존경을 받는다.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은 스스로를 구속하기 마련이다. 내가 관직을 가진 것이 아니라 관직이 나를 가진 것이다. 관원이 아니라 죄수나 다름없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가 논란이다. 자금 출처도, 거래 과정도 불분명하다. 언론이 해명을 요구해도 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입을 닫는다. 평소 거지 행세를 하며 후원금을 모집하고,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라면만 먹는다더니, 의원 노릇하는 틈틈이 엄청난 돈을 부지런히 굴리고 있었다. '수전노'의 행태를 연상케 한다. 이미 정상적인 의정활동은 어려운 상황이다. 위선적 행태와 거짓 해명에 여론이 들끓는데도 자리에 연연하면 '포관수'라는 비난 역시 피할 수 없다.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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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승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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