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장관·레바논 무장단체, 한날 돌발 행동...중동 긴장 고조

입력
2023.05.22 00:40
수정
2023.05.22 11:34

헤즈볼라, '적군은 이스라엘' 명시하며 공개 훈련
"주인은 우리" 이스라엘 장관, 성지 방문 후 도발

공개 훈련 중인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이 21일 이스라엘 근접지역인 아람타에서 이스라엘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저격하고 있다. 아람타=AFP 연합뉴스

공개 훈련 중인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이 21일 이스라엘 근접지역인 아람타에서 이스라엘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저격하고 있다. 아람타=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슬람권 국가들 사이의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에 염두에 둔 공개훈련에 나섰다고 AFP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82년 남부 레바논을 점령한 이스라엘에 대항하려 만들어진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다. 레바논 정부군과 맞먹는 병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대형 단체로, 미국 둥 서방국가들에 ‘테러 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두바이 걸프연구소는 헤즈볼라에 정규 대원 1,000명과 최소 6,000명의 자원병이 소속돼 있다고 추정했다. 2006년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른 뒤 현재까지 대립 중이며, 종종 로켓 공습을 가하는 적대 관계다.

AFP에 따르면, 이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20㎞ 떨어진 아람타 지역에 취재진 수십 명을 불러놓고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상황’을 가정한 뒤 드론을 띄워 적군 내 목표물을 맞히는 훈련 등을 진행했다. 특히 저격수들이 이스라엘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 그려진 표적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스라엘의 우파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이날 동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이 일대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일도 발생했다. 일간 하레츠 등 현지 매체들은 벤-그비르 장관이 이른 아침 코비 샤브타이 경찰청장 등을 대동하고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지를 둘러봤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성명을 통해 “이곳은 유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곳”이라며 “예루살렘, 그리고 이스라엘의 주인은 우리다”라고 밝혔다.

벤-그비르 장관의 이 같은 도발은 즉시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권 국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나빌 아부 루데이네 대변인은 “극단주의자의 도둑 같은 이른 아침 방문이 성지에 대한 주권을 이스라엘에 부여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요르단 정부도 벤-그비르 장관의 기습 방문을 “도발적이고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맺은 합의에 따라, 성지에서 기도와 예배는 이슬람교도만 가능하다. 유대교도도 이곳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기도와 예배는 서쪽 벽에서만 할 수 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런 규칙을 바꿔 유대교도 역시 장소와 무관하게 성지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장관 취임 직후인 올해 초에도 성지를 기습 방문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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