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가는 길 마련한 윤 대통령의 G7 성과

입력
2023.05.24 00:00
26면

전임 대통령 대비 돋보인 윤 대통령 행보
보편가치 앞세우며 G7 정상 호응 얻어
러·중·북 연대에 대응, G8 회원국 기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무사히 마치고 지난 21일 귀국했다. 의장국인 일본의 초청에 의해 참관국 자격으로 갔고 우리 외에도 호주,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 7개국이 같은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유독 윤 대통령의 입지가 돋보인 회의였다. 이번 회의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앞으로 한국이 G8 멤버로 가기 위한 G7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이 G7 정상회의에 초대받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G7 정상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우리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그 이유는 윤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자유, 인권,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끊임없이 천명했기 때문이다. 인류보편적 가치 수호에 대한 윤 대통령의 평소 의지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큰 호응을 받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G7 확대세션에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자유를 지키고 평화를 확보하는 유일한 길은 그 구성원인 국가들이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법과 규범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위반으로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북한 정권이 자행하는 인권 유린 또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사회가 더 이상 이를 외면하고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G7 정상회의가 영국에서 개최되었을 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에만 관심을 보이고, 북한의 무력도발이나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상황과 크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G7 행보는 개최국 의장에 버금갈 정도로 바빴다. 확대세션과 한미일 약식 정상회담 외에도 베트남, 인도, 영국, 호주, 이탈리아 정상들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했다. 또한 히로시마를 깜짝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도 이뤄졌다.

모든 일정이 중요했지만 그중에서도 딱 한 가지 가장 잘한 일정을 뽑자면 아마도 한일 두 정상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처음으로 함께 참배한 일일 것이다. 지난 1991년 1월 가이후 도시키 당시 일본 총리가 부인 사치오 여사와 함께 파고다공원의 3·1 독립선언비에 헌화한 이후 일본 총리가 취한 가장 의미 있는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한일관계에서 예상치 못했던 신뢰 구축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2박 3일로 짧은 일정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본인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특히 G7 리더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은 윤 대통령이 참관국 수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신냉전 시대를 맞이한 상황에서 한국이 명실상부한 G8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핵무기만 없을 뿐이지 군사력도 세계 10위권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의 중심에 있고, K-컬처를 앞세운 소프트파워로서도 문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은 가치와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구축을 G7 국가들과 같이하고 있다.

자격은 충분하지만 G7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히로시마 G7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보여준 친화력은 그래서 의미가 큰 것이다.

기존 국제질서 해체를 꾀하는 러·중·북 연대에 직면해 있는 G7도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던 터라 2024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 때는 대한민국이 반드시 G8 회원국으로 도약해서 선진국 입지를 다지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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