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장원준도 되살린 양의지 매직...'돈값' 하네

입력
2023.05.24 16:34
수정
2023.05.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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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가 23일 잠실 삼성전에서 선발 장원준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두산 양의지가 23일 잠실 삼성전에서 선발 장원준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두산이 돌아온 안방마님 양의지(36) 효과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가장 기대했던 마운드의 안정을 가져왔고 방망이도 여전히 날카롭다. 양의지가 공수에서 팀의 중심을 확실히 잡은 덕분에 두산은 이번 시즌 하위권 예상을 뒤엎고 5할 승률 이상으로 선전 중이다.

2022시즌 후 NC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친정 두산과 최대 152억 원(4+2년)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한 양의지는 투수들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다. 투수 관련 지표가 지난해 비슷한 시기보다 눈에 띄게 좋아진 건 아니지만 단순한 숫자 이상의 영향력을 미친다.

2년 차 좌완 신예 이병헌은 “(양)의지 선배는 그냥 신”이라며 “던지라고 하는 대로만 던지면 (안타를) 맞을 일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사이드암 선발 최원준도 “정말 의지하고 있다”면서 “지난 시즌까지 타자 약점을 생각하고 던졌는데 올해는 의지 형이 워낙 다 잘 알고 있어서 생각 안 하고 사인대로 던진다”고 설명했다.

양의지는 잊혀 가던 ‘두산 왕조’의 주역 장원준도 되살렸다. 23일 잠실 삼성전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958일 만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과 배터리 호흡을 맞춰 5년 전에 멈춰 있는 승리 시계를 다시 돌려놨다. 장원준은 5이닝 동안 7피안타 4실점으로 버텨 두산의 7-5 승리에 발판을 놓고 2018년 5월 5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1,844일 만에 승리를 챙겼다. 장원준의 통산 129승째 공을 받았던 양의지는 130번째 승리도 함께 만들며 감격스러워했다.

둘은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두산의 전성시대를 연 배터리다. 하지만 양의지는 2018시즌을 마치고 NC로 떠났고, 장원준은 부상과 부진이 겹쳐 2018시즌부터 내리막을 탔다. 이후 좀처럼 부활 기미가 없었지만 5년 만에 다시 양의지와 만나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장원준은 “예전과 호흡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그냥 의지 사인만 믿고 미트만 보고 던졌다”고 공을 돌렸다.

사령탑도 양의지를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몸값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포수 마스크를 쓰고 뛰는 자체만으로도 팀에 도움이 된다. 단순한 성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격까지 해 준다면 금상첨화지만 욕심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양의지는 타격 페이스도 본 궤도에 올랐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시즌 타율이 2할6푼대로 떨어졌지만 최근 타격감이 불붙어 3할대로 상승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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