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마다 위성 착착 분리... 우주에 '손님' 모시기 완료

입력
2023.05.2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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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단 분리→위성 분리까지 순차 완료
"위성 개발자에 피해줄까 걱정하며 준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5, 4, 3, 2, 1. 누리호가 발사되었습니다."

25일 오후 6시 24분. 숨막히는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전남 고흥군 봉래면 마치산 능선 너머로 누리호가 붉은 화염을 뿜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누리호는 조금은 어둑해진 초저녁 하늘을 수직으로 갈랐다. 첫 손님을 싣고 다시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의 떨림은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에서 약 3km 떨어진 프레스센터에도 전달됐다.

발사 15분 만에 임무완수

발사된 누리호는 발사 2분도 되지 않아 하늘 높은 곳으로 사라졌다.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누리호가 사라진 자리에 시선을 머무르며 우주에서 보내올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우주에서 날아온 메시지는 '성공'을 가리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목표 고도인 지상 550㎞에서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분리해내며 임무를 완수했다.

누리호는 미리 계산된 순서에 따라 1·2·3단 분리를 완료했다. 발사체는 123초 만에 고도 66km에 올라 1단을 분리하고 2단 로켓을 점화했다. 발사 230초 뒤에는 공기 마찰이 거의 없는 고도 209㎞에 진입, 위성 보호 덮개(페어링)를 분리했다. 2단을 지구 쪽으로 떨어뜨리고 가장 작은 모습이 된 누리호는 발사 267초 만에 263㎞ 고도에서 마지막 남은 3단 엔진에 불을 켰고, 목표 고도인 550km에서 차세대소형위성2호를 분리했다.

발사 약 13분 뒤 분리된 차세대소형위성2호는 남반구를 지나 여명·황혼 궤적에 진입했다. 북반구를 향할 때는 해 뜬 직후(오전 6시) 지역만, 남반구로 향할 때는 해 지기 직전(오후 6시) 지역만을 지나는 궤도다. 이런 궤도 설계로 차세대소형위성2호는 1년 365일 태양빛을 받으며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 누리호는 △저스택의 JAC △루미르의 LUMIR-T1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 △한국천문과학연구원의 도요샛까지 부탑재체 위성들도 약 20초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분리해 냈다.

도요샛 1기 분리 여부 불명확

다만 도요샛 4기 중 1기는 분리 여부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주탑재 위성은 누리호와 전기적으로 연결돼 분리시 데이터 신호를 잡을 수 있지만, 큐브위성은 사출관이 열렸다는 데이터 정도만 남는다. 문제의 도요샛 1기는 누리호 탑재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고, 사출관 개방 데이터도 불명확해 분리 여부를 확정지을 수 없었다.

항우연은 나머지 위성들이 정상적으로 사출된 만큼 문제의 도요샛 1기도 무사히 분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에 하나 도요샛 1기가 분리되지 않았어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메인 미션은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진입해 주탑재체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안전하게 분리하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26일 오전까지 각 위성의 신호를 수신하며 보다 구체적인 위성의 상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발사일 하루 연기 등 우여곡절도

앞서 누리호는 전날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누리호에 저온 헬륨을 공급하는 밸브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이상을 일으키면서 발사가 하루 연기됐다. 이날 새벽 5시까지 점검을 진행하느라 연구진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발사 준비를 진행해야 했다.

누리호 3차 발사의 실무를 총괄한 고 본부장은 "국내 위성을 손님으로 모신다고 큰 소리를 쳐놓고, 까딱하면 우리 뿐 아니라 위성 개발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과 걱정으로 준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어제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며 "누리호가 꾸준히 능력을 보여줘서 자랑스럽고, 같이 일한 연구진과 참여 기업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고흥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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