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경찰 조사 후 1시간 만에 동거녀 살해 30대 남성 체포

입력
2023.05.26 21:08
수정
2023.05.26 21:3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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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고했느냐" 따진 뒤 흉기 휘둘러
8시간 만에 체포… 살인 혐의 "인정"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씨가 26일 서울 금천구 금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씨가 26일 서울 금천구 금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동거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26일 오후 3시 25분 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33)씨를 경기 파주에서 검거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7시 17분 금천구 시흥동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 A(47)씨에게 수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5시 37분 피해자의 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신고 당시 폭력 수위에 대해 경찰은 “팔을 잡아당기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현행범 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김씨는 오전 6시 11분, 피해자 A씨는 오전 7시 7분 각각 귀가 조치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 조치가 부실했단 지적에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옛 신변보호)에 대해 설명하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 착용이나 임시숙소 제공을 거부하고, 112 시스템 등록과 주거지 순찰만 요구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가정폭력처벌법이나 스토킹처벌법에 해당하지 않아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김씨는 집에 들러 흉기를 챙겨 지하주차장에 숨어있다가 A씨를 발견하고 범행한 뒤 렌터카에 싣고 떠났다. 지하주차장 폐쇄회로(CC)TV에는 당시 두 명의 목격자가 있었지만 112 신고는 하지 않았다. 경찰은 두 사람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 발생 3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41분쯤 주차장에 핏자국이 있다는 건물 관리소장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김씨는 이미 차를 몰고 파주로 도주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오후 3시 25분쯤 경기 파주의 한 공터에서 체포했다. 피해 여성은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금천서로 압송된 김씨는 ‘데이트폭력 신고 때문에 보복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예, 맞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인정한다”고 답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도형 기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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