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에 개농장 출신 개들 사진이 전시된 까닭

입력
2023.05.30 16: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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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진작가 소피 가먼드 방한
한국HSI와 사진전 '편견(犬)을 넘다'


프랑스 사진작가 소피 가먼드가 30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농장에서 구출된 뒤 미국에서 입양된 개 '샘'을 촬영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가먼드 작가는 "샘은 개농장 철창 속에서도 사람을 좋아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고은경 기자

프랑스 사진작가 소피 가먼드가 30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농장에서 구출된 뒤 미국에서 입양된 개 '샘'을 촬영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가먼드 작가는 "샘은 개농장 철창 속에서도 사람을 좋아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고은경 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내 서울메트로미술관에는 화려한 스카프나 장신구를 한 개 17마리 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한국 개농장에서 구출된 뒤 해외로 입양돼 새 삶을 살고 있는 반려견들이다. 이들을 사진으로 담아낸 프랑스 사진작가 소피 가먼드(42)가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과 개최하는 사진전 '편견(犬)을 넘다'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가먼드 작가는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농장 개들을 식용으로만 바라보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개농장 개들도 영혼이 있고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진작가 소피 가먼드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열린 '편견을 넘다' 사진전에서 가수 에스나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제공

프랑스 사진작가 소피 가먼드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열린 '편견을 넘다' 사진전에서 가수 에스나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제공

가먼드 작가가 한국 개농장 실태를 처음 알게 된 건 2019년. 한국HSI로부터 그의 작품인 '꽃의 힘, 핏불의 혁명'처럼 "한국 개농장 개들의 사진을 촬영해줄 수 없냐"는 제안을 받으면서다. 국제 사진 어워드 등에서 잇따라 수상한 이 작품은 핏불에 꽃으로 된 왕관을 씌워 촬영했다.

가먼드 작가는 "'꽃의 힘, 핏불의 혁명'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키우지만, 가장 많이 버려지기도 하는 핏불의 친근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다섯 마리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다양한 보호소에서 촬영 제의가 들어와 총 450마리의 핏불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8일 시민들이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열린 소피 가먼드의 사진전 '편견을 넘다'를 관람하고 있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제공

28일 시민들이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열린 소피 가먼드의 사진전 '편견을 넘다'를 관람하고 있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제공

가먼드 작가는 한국 개농장 실태를 직접 파악하기 위해 2019년 한국HSI가 개들을 구출한 경기 여주시의 한 개농장을 찾았다. 그는 그곳에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철창 안에서 사람을 향해 꼬리 치고, 구출된 뒤 사람 품에 안기는 개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입양된 개들의 회복력과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지체됐다"며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한국에서 이들의 모습을 전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들을 촬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가먼드 작가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개의 경우 촬영하기 쉽지 않을 때도 있다"며 "개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찍는 게 중요하므로 개들의 특성에 맞게 콘셉트를 잡는다"고 말했다.

소피 가먼드가 핏불에 화관을 씌워 촬영한 '꽃의 힘, 핏불의 혁명'시리즈 중 일부 작품. 소피 가먼드 홈페이지 캡처

소피 가먼드가 핏불에 화관을 씌워 촬영한 '꽃의 힘, 핏불의 혁명'시리즈 중 일부 작품. 소피 가먼드 홈페이지 캡처

가먼드 작가는 랑스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스웨덴에서 성악을 배웠다. 2010년 지금의 남편과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뒤 유기동물 보호소의 실태를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동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를 세상에 처음 알린 작품은 2014년 유기동물이 샤워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담아낸 '웨트 도그(wet dog)'로 소니 세계 사진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가먼드 작가는 "법학, 성악, 사진 모두 내 의견을 표현하고 지키고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법학, 성악은 가족들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사진은 스스로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가먼드 작가가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떠돌이 개다. 그는 떠돌이 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단순히 포획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떠돌이 개를 포획해 중성화한 뒤 다시 그 자리에 방사하는 등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떠돌이 개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이 문제를 작품에 담아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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