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뒤로 꺾인 채 희생... 6·25 당시 군경 집단학살 현장 공개

입력
2023.05.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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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역 혐의 집단 희생' 발굴 현장 공개
폭 1m 이하 교통호 따라 유해 60여구 빽빽

최소 17구가 발견된 서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유해 발굴 3구역 현장.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최소 17구가 발견된 서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유해 발굴 3구역 현장.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수복 후 경찰이 서산읍에서 차로 사람을 실어다 갈산리 교통호에서 20~30명씩 3, 4차례 총살했다."(1950년 당시 집단학살을 목격한 주민 노모씨)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충남 서산에서 6·25 전쟁 당시 '인민군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유해 발굴에 나서 유골 60여 구와 유품 등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10일부터 20여 일간 서산시 갈산동 봉화산 교통호 인근 현장에서 유해 발굴을 진행했다. 충남 아산에 이어 두 번째 부역 혐의 사건 관련 유해 발굴이다. 봉화산 교통호는 6·25 전쟁 이후 남하한 인민군이 전투에 대비해 팠다. 이후 국군이 해당 지역을 수복한 후 인민군 부역 혐의자들이 집단학살됐다. 유해발굴 현장은 전체 길이 60m로, 3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됐다. 발굴된 유해는 1구역 13구, 2구역 30~35구, 3구역 17~20구 등 총 60~68구다.

유해는 폭과 깊이가 각각 1m 이하인 좁은 교통호를 따라 빽빽한 상태로 발굴됐다. 굵은 다리뼈는 물론, 척추뼈와 갈비뼈까지 발견됐다. 희생자들은 옆으로 누워 있거나 고꾸라져 있었다. 당시 희생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한 뒤 머리 뒤에서 총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1구역에서 발굴된 유해는 고꾸라진 상태에서 양팔은 뒤로 꺾인 채 신발을 신고 있었고, 주변에서 M1 소총 탄피도 나왔다. 일부 구역에선 유해 다리 사이에 다른 유해가 안치돼 2중, 3중 위아래로 중첩된 모습도 확인됐다. 현장에선 백색의 4혈 단추와 고무줄 바지끈, 반지 등 유품도 발굴됐다.

최소 30구 이상의 유해가 뒤엉킨 채 발견된 2구역 현장.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최소 30구 이상의 유해가 뒤엉킨 채 발견된 2구역 현장.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1기 진실화해위의 조사결과 1950년 10월 초순부터 12월 말까지 서산경찰서와 태안경찰서 소속 경찰과 해군에 의해 교통호 등 최소 30여 곳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집단학살이 자행됐다. 전체 희생자는 확인된 977명을 포함해 최소 1,865명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리던 20~40대 남성이었으며, 여성도 일부 포함됐다.

서산=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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