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인 소비자들 여기에 꽂히더라"...독특한 ①맛 ②스토리 ③디자인

입력
2023.05.31 12: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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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판매량 연평균 64.2% 증가
롯데칠성 와이너리 인수 등 사업 확대
신세계그룹·한화갤러리아도 경쟁 참전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오린 스위프트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터 오브 와인(MW) 에두아르 베조가 자사의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오린 스위프트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터 오브 와인(MW) 에두아르 베조가 자사의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당신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군요. 마네킹.

미 와이너리 오린 스위프트 설립자 데이비드 피니


미국 와이너리 오린 스위프트 설립자 데이비드 피니는 어느 날 운전을 하며 노래를 듣다 이런 가사가 귀에 꽂혔다. 그는 모습이 변치 않는 마네킹과 시간에 따라 맛과 디자인이 발전하는 와인이 대조된다고 생각했다. 마네킹에 패션을 입히면 비로소 다채로워지는 것처럼 와인도 해마다 다양한 스타일로 표현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화이트 와인 '마네킹'을 만들었다.

이 같은 스토리는 국내에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의 관심을 끌면서 판매량을 늘려왔다. 30일 오린 스위프트를 수입하는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오린 스위프트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 뒤 5년 동안 연평균 매출이 64.2%씩 급성장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와인을 수입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오린 스위프트의 판매량은 약 8.5배 증가했다. 지난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홍콩, 일본 등을 제치고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맛도 중요하지만…와인의 '스토리'를 사는 시대

롯데칠성음료가 수입 중인 오린 스위프트의 대표 제품 7종. 롯데칠성음료 제공

롯데칠성음료가 수입 중인 오린 스위프트의 대표 제품 7종. 롯데칠성음료 제공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오린 스위프트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 와이너리 이앤제이 갤로(E&J 갤로)의 마스터 오브 와인(MW) 에두아르 베조는 "한국 소비자는 와인에 담긴 독특한 스토리와 맛에 관심이 크다"며 "개성 넘치는 디자인도 MZ세대의 취향에 잘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E&J 갤로는 2016년 오린 스위프트를 인수하고 핵심 브랜드로 키우는 중이다.

국내 유통 중인 '머큐리 헤드'는 1945년 생산이 중단된 10센트짜리 동전을 병에 박아 희소성을 더했다. '파피용 2018'은 파피용이란 문신을 손가락에 새긴 포도원 농부의 손가락 사진을 촬영해 레이블로 표현했다. 병에 박힌 레이블을 통해 예술작품을 보는 듯 감상하고 해석하는 재미를 더한 것이다.

베조는 "와인을 만들고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구상한 후 그에 맞는 와인을 개발하는 것이 차별화된 요소"라며 "이처럼 독특한 레이블과 스토리를 가진 와인은 전 세계에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술의 맛과 향 음미하는 문화…시장 수요 계속될 것"

최근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와인 매장에서 한 남성 고객이 와인을 고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최근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와인 매장에서 한 남성 고객이 와인을 고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롯데칠성음료는 이날 주력 제품 오린 스위프트와 옐로우테일을 앞세워 와인 사업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와인 사업 관련 매출은 996억2,8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9.8% 증가했다. 와인의 매출 비중이 맥주 매출 수준(약 1,014억 원)까지 올라와 주요 품목으로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입 품목을 늘려가고 해외 와이너리 인수를 추진하며 주류 제조 실력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통사도 와인 사업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신세계L&B가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3,000억 원에 인수해 프리미엄 와인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마트는 이달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최대 주류전문점 '와인클럽'을 오픈하고 약 7,000개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다음 달 1일 와인수입 자회사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한다. 그동안은 외부 업체를 통해 와인을 들여왔지만 이제부터는 해외 와이너리와 협상하며 더 희귀하고 고급화된 와인을 적극 들여온다는 계산이다.

최근 외식 수요가 살아나면서 홈술로 소비되는 와인시장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잠재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음이 사라지고 술의 맛과 향을 즐기는 음주문화가 자리 잡으며 와인이 관심을 더 받고 있다"며 "과거엔 할인 상품에만 소비가 몰렸다면 이제는 와인의 품질과 가치 등을 보고 고르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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