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댕냥이' 병원비가 '경차 한 대 값'... 펫보험, 들까 말까?

우리집 '댕냥이' 병원비가 '경차 한 대 값'... 펫보험, 들까 말까?

입력
2023.06.04 07:00
수정
2023.06.29 21: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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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월평균 의료비 지출 '6만 원'
의료비 15만 원·보장비율 70% '적절'
가입률 0.8%… 당국 "혜택 확대 노력"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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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해비' '깐돌이'… 어린 시절부터 30대 중반이 넘은 지금까지 제 곁엔 항상 반려견이 함께했어요. 지금은 17세인 '베라'가 부모님과 살고 있지요. 모든 반려견이 너무나 소중했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이 베라를 두고 특별히 하는 칭찬이 꼭 있어요. "베라는 돈이 안 들어서 참 좋다." '베라가 아프지 않고 건강해서 다행'이라는 게 속뜻이지만, 현실적으론 반려견 양육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씀이겠죠.

평균적으로 반려동물 한 마리를 양육하는 데 얼마나 들까요? 올해 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양육자 1,27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마리당 월평균 양육 비용은 약 15만 원이래요. 그리고 15만 원 중 무려 6만 원(40%)이 병원비로 사용됐어요. 다른 비용은 제외하고 병원비만 산술적으로 따져봐도 1년이면 72만 원, 10년이면 720만 원, 20년이면 1,440만 원에 달하네요.

요약하면 반려동물 한 마리를 키우는 데 경차 한 대 값에 맞먹는 병원비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는 거죠. 게다가 언제 반려동물이 아플지 모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러운 병원비 지출은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나를 위해서라도, 반려동물을 위해서라도 미리 대비할 필요는 있는 셈이죠.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 중이거나 이미 반려동물이 있는 반려인들을 위해 '펫보험'의 핵심 내용을 알아봤어요.

몰티즈랑 리트리버 보험료가 다르다고?

일단 펫보험은 단어에서도 연상할 수 있듯이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을 통칭하는 말이에요. 운영 원리는 사람이 가입하는 실손보험과 비슷해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의료비를 돌려받는 것처럼, 펫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의료비를 다시 돌려받는 식이죠.

보험료도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매겨질까요? 일단 펫보험도 사람이 가입하는 실손보험과 똑같이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해요.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이곳저곳 아픈 곳이 생기듯, 반려동물도 나이를 먹으면 병원 갈 일이 많아지거든요.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9세 이상의 반려동물은 가입을 받지 않고 있어요. 물론 그전에 가입하면 갱신을 통해 19~20세까지 보험을 유지할 수 있죠.

메리츠화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보장 내용에 따른 펫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 홈페이지 캡처

메리츠화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보장 내용에 따른 펫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 홈페이지 캡처

그럼 문제를 하나 풀어 볼게요. ①올해 1월 1일 태어난 골든 리트리버(0세) ②2021년 같은 날 태어난 몰티즈(2세) ③2019년 같은 날 태어난 삽살개(4세) 중 어떤 반려동물의 보험료가 가장 비쌀까요? 나이 순서에 따라 '③ > ② > ①' 순으로 보험료가 비쌀 것 같지만, 실제 보험료는 나이 역순인 '①(4만7,000원) > ②(4만4,000원) > ③(4만3,000원)'입니다. 왜 이런 결과나 나온 걸까요? 해당 보험료를 산출한 국내 1위 펫보험 보험사인 메리츠화재에 물어봤어요. 참고로 메리츠화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직접 보험료를 조회할 수 있어요.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보험료는 분양 가격이나 체격 등과 상관없이 그간 보험사가 축적한 보험금 지급 통계를 바탕으로 결정됩니다. 즉 특정 품종이 다른 품종과 비교해서 자주 아프거나, 유전적 질병에 취약하다면 높은 보험료가 책정되는 구조입니다. 보험료는 통상 적게는 월 3만~4만 원에서 많게는 6만~7만 원 수준이죠."

복잡한 보장 내역… 깔끔하게 정리하면?

이제 펫보험의 보장 내역을 알아볼게요. 여기서부터 조금 복잡합니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1일 입·통원 의료비 한도와 연간 금액·횟수 한도를 각각 설정해 놓고 있어요. 즉 반려동물이 병원을 다녀오면 받을 수 있는 금액·횟수가 무한대가 아니라는 뜻이죠. 보통 1일 입·통원 한도는 10만~30만 원이고, 연간 금액 한도는 500만~1,000만 원, 횟수는 20회까지입니다. 수술비 역시 회당 100만~300만 원까지 가능하고 이것 역시 연간 금액·횟수 제한이 있어요.

반려동물이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의료비 10만 원이 나왔다고 해 볼게요. 입·통원 한도가 최소 10만 원이니 1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아요. 자기부담금과 보장비율을 적용해야 하거든요. 통상 자기부담금은 1만~50만 원이고, 보장비율은 50~90%에서 설정할 수 있어요. 만약 자기부담금 1만 원, 보장비율 80%인 상품에 가입하고 의료비 10만 원이 나오면, 의료비에서 자기부담금(1만 원)을 뺀 나머지(9만 원)에 보장비율(80%)를 곱한 보험금(7만2,000원)을 돌려받게 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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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해 볼게요. ①입·통원 의료비와 수술비 한도 ②보장비율은 높을수록 ③자기부담금은 낮을수록 돌려받는 금액이 많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①, ②가 높고 ③이 낮을수록 보험료는 비싸져요. 결국 반려인이 보험료와 보장 내용을 비교해 보면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셈이죠. 이렇게만 말하면 헷갈릴 것 같아서 국내 최대 펫보험 비교 사이트 '펫핀스'를 운영 중인 심준원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1일 입·통원 의료비 한도는 15만 원, 횟수와 금액은 20회 또는 1,000만 원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수술비 한도는 반려견의 경우 통상 슬개골 탈구 수술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이 수술이 200만 원 안팎입니다. 그러니 혹시 모를 다른 수술까지 고려해 200만 원 한도로 2회가 좋고요. 보장비율은 최근 80% 상품도 나왔지만 보험료 인상분을 고려하면 70%도 적당해 보입니다. 자기부담금은 그야말로 선택 사항인데요. 반려동물이 평소 잔병치레가 잦다면 자기부담금을 낮게, 튼튼하다면 자기부담금을 높게 설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담스러운 보험료, 낮출 순 없을까요?

하지만 펫보험 가입은 어디까지나 반려인의 선택 영역이에요. 펫보험에 가입해 적은 금액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도 있지만, 보험료만 내고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펫보험' 대신 '펫적금'에 가입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실제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0.8%에 불과해요. △스웨덴(40%) △영국(25%) △미국(2.5%)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죠.

반려인은 왜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을까요? 저희 가족의 경우 펫보험이 대중화했을 땐 이미 반려견 나이가 가입연령을 초과했지만, 가능했더라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반려견이 크게 아픈 적이 없어서 많은 의료비를 지출한 경험이 없기도 하고, 월평균 5만 원 안팎의 비용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28일 방영된 SBS TV동물농장에 출연한 모습. 윤 대통령 내외는 유기견·유기묘·시각장애인 안내 은퇴견 등 총 11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펫보험 활성화 방안'를 설정한 바 있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28일 방영된 SBS TV동물농장에 출연한 모습. 윤 대통령 내외는 유기견·유기묘·시각장애인 안내 은퇴견 등 총 11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펫보험 활성화 방안'를 설정한 바 있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보험료가 조금 더 저렴해지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반려인 가족을 위해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110대 국정운영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어요.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에 물어봤어요.

-펫보험료가 부담스러워요.

"일단 펫보험을 실손보험과 비교하면 다소 비싸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반려동물은 건강보험 같은 공보험이 없기 때문에 펫보험이 홀로 모든 걸 감당해야 하거든요. 즉 공보험의 보완책으로 활용되는 실손보험과 공보험이 없는 펫보험의 차이점을 고려하면, 양자를 단순 비교해 '비싸다' '싸다'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펫보험료 수준이 소비자에게 부담스럽고 보장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당국도 이 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낮출 수는 없는 걸까요?

"현재 당국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해 진료 표준화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노령견이나 특정 품종에 대한 보험 상품을 만드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보험사와 수의업계는 추가 고객 유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소비자는 가격 인하나 보장 확대 등 편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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